북한이 지난 19일 치러진 지방대의원 선거에서 김일성의 친동생 김영주의 투표 모습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영주 명예부위원장이 평양시 제271호 선거구 제32호 분구에서 평양시 대의원 후보자인 장수원협동농장 관리위원장 고성봉과 삼석구역 대의원 후보자인 장수원협동농장 농장원 김춘길에게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95세인 김영주는 다리를 절며 투표를 마친 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영주 북한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이 19일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인사를 하고 있다.

평안남도 대동군 출신인 김영주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헌병대 통역을 지낸 경력 때문에 해방 후 평양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 숨어 지내던 것을 김일성이 불러 소련에 유학 보냈다. 1952년 모스크바 고급당학교 연구반을 수료하고 귀국해 1954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지도원을 거쳐 1957년 조직지도부 과장, 1961년 조직지도부장을 역임하는 등 김일성의 후광으로 고속 승진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권력의 2인자로 활동했다. 1972년 5월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7.4남북공동성명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일성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조카인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권력투쟁을 벌리다 밀려나 1990년대 초반까지 지방에서 유배살이를 했다. 이후 1993년 12월 김정일의 권력장악이 확실해지면서 평양으로 올라와 명예직인 부주석에 임명됐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이 김영주를 찾아가 십수년 묵은 앙금을 풀고 화해했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우리의 국회에 해당 하는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북한이 95세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영주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의 부족한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 체코대사 등 ‘곁가지’로 불리는 친인척들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이 김일성의 친동생인 김영주의 지지를 받고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의 지지도 받는다는 것을 간부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데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