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이 하야 후 하와이에서 거주할 당시 숙소와 생활비를 제공해 준 한 교민에게 사저인 서울 이화장의 소유권을 양도한 '위임장(Power of Attorney)'이 처음 공개됐다. 이승만은 4·19 혁명으로 하야한 직후인 1960년 5월 29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하와이로 떠나 1965년 7월 19일 서거할 때까지 5년 2개월간 머물렀다.
이화장 양도 위임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가 1962년 9월 11일자로 작성해 교민 윌버트 최(Wilbert Choi ·1914~1970)에게 준 것으로 하와이에서 47년째 살고 있는 이승만 연구자 이덕희(74)씨가 최근 입수해 공개했다. 이씨는 이 위임장을 이승만 서거 50주기(19일)에 맞춰 출간하는 책 '이승만의 하와이 30년'(북앤피플)에 싣는다.
하와이 이민 2세인 윌버트 최는 이승만이 하야한 후 하와이에서 생활할 때 숙소와 생활비 등을 제공했다. 이승만은 당초 2~3주 머물 생각으로 하와이로 떠났으나 정부의 귀국 불허 방침 때문에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위임장'은 타자기 인쇄체 영문으로 작성된 2장짜리 문서다. 문서는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살았고 현재 하와이 호놀룰루 마키키 2033번지에 거주하는 이승만(Syngman Rhee)과 프란체스카 리(Francesca Rhee) 부부는 한국 서울 이화동 1번지 면적 1946평(6433㎡) 이화장의 토지와 시설물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플로라 최의 남편인 윌버트 최에게 양도한다'고 되어 있다. 이승만과 프란체스카 여사는 위임장 둘째 쪽에 각각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다. 그 아래에는 공증인(notary public)의 서명이 있다. 윌버트 최는 이화장 양도 위임장을 받았으나 이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1970년 8월 사망했다.
위임장은 이씨가 2008년 저술 각주에서 언급해 학계에 알려졌으나 원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류석춘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은 "하야 후 거액의 외화를 유출해 호화 생활을 했다는 식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낭설임을 증명하는 문서"라고 말했다. 위임장은 현재 윌버트 최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 아들 세드릭 최(67)씨는 15일(현지 시각) "아버지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애국심에서 이승만 박사를 모셨다"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위임장을 발견했지만 권리를 주장할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