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은 대부분 드라이버나 우드로 친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조금이라도 더 구르는 걸 좋아한다. 동반자가 친 샷이 한참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시동 끄고 50야드네~"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프로도 그럴까? 러프가 깊은 대회 코스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13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남서울골프장에서 클럽 피팅을 받았다. 자신의 몸상태와 스윙 스피드, 대회 코스 조건에 맞게 클럽을 최적화하기 위해서였다. 전인지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 투어 시절부터 4년째 사용하고 있는 클럽 브랜드 핑사에서 담당 직원이 나갔다.

이번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의 전장은 6460야드였는데 파 70으로 조성한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긴 편이었다. 파4홀인 1번홀부터 416야드로 400야드가 넘었다. 하지만 거리보다 더 중요한 게 정확성이었다. 한번 러프에 들어가면 1타를 잃는다고 봐야 할 정도로 러프가 깊고 질겼다. 페어웨이 폭도 좁아 공이 많이 구르면 러프로 들어가기 쉬웠다. 전인지와 클럽 담당 직원은 드라이버와 우드의 비거리(캐리 거리)는 늘리고 상대적으로 공이 구르는 런을 줄이는 데 피팅을 집중했다. 특히 3번 우드의 로프트를 14.5도에서 1도 높인 15.5도로 조정했다. 정확성을 높이고 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US여자오픈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76.8%(공동 15위)와 그린 적중률 86.1%(1위)를 기록했다. 티에서 그린까지 가장 정확한 플레이를 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초등학교 때 IQ 137로 '수학 영재' 출신인 전인지는 늘 "골프는 확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기회는 적극 살려가는 플레이 스타일 덕분에 '스마트 골프'를 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인지 클럽 선택도 실리적이다. 그는 티를 꽂고 쳐 비교적 일정하게 스윙할 수 있는 드라이버는 상급자용인 핑의 G30 LST 모델을 사용한다. 전인지는 2013년 말 입었던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면서 최근 평균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153km(95마일)정도 나온다. 편안하게 스윙하는 것 같은데도 175cm 키에서 250~260야드의 장타를 친다. 우드는 3번 하나를 쓰고, 탄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클럽을 19도와 22도 두 개 사용한다.

금의환향 -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전인지는“언제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이 놓인 상태(lie·라이)에 따라 실수가 나오기 쉬운 아이언은 주말 골퍼들도 애용하는 대중적인 모델(i25)을 사용한다. 클럽 뒷부분이 많이 팬 캐비티 백이 있어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더라도 정확성과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전인지는 "아이언은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거리나 방향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5번 아이언으로 175야드를 보내고 피칭웨지까지 10야드씩 거리 간격을 두고 친다. 클럽 간 거리 간격이 일정한 편이어서 그린 공략이 쉬운 편이다. 웨지는 미국의 에델 제품을 사용한다. 50도와 54도, 58도 등 웨지를 3개 갖고 다닌다. 퍼터는 전통적인 블레이드 모델인 스캇데일 TR 앤서 2를 좋아한다. 공은 3피스인 스릭슨의 Z-STAR를 사용한다.

14일 오후 귀국한 전인지는 16일부터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영종도 스카이 72 하늘코스)에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