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건 약 250만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건 약 20만년 전. 원시 수렵채집의 시대를 지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정착해 농업문명이 시작된 때가 약 5000년 전이다. 이런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이 비로소 잘살게 된 때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부터다. 인류는 참으로 오랜 세월을 빈곤에 허덕이며 살았다.

'흐름으로 읽는 자본주의의 역사'(프리이코노미북스)는 세계 경제사 속에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장원제도, 명예혁명, 대공황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인과관계를 연결해 기술한 점에 있다. 상업·시장·기업·금융 등의 출현과 발전, 국가의 발생 동기와 시장에 미친 영향, 그리고 어떻게 산업혁명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각 사건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여기에 덤으로 우리 역사를 세계 경제사의 각 시기에 맞추어 살펴본 점도 눈에 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잘살려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를 연 산업혁명은 재산권이 잘 보호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에서 나타났다. 이런 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고 혁신의 물결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잘살게 되었다. 그런 환경을 제일 먼저 갖추었던 국가가 영국이었다. 그래서 인구가 더 많은 프랑스보다 앞서 영국에서 제일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가장 먼저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정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재산권을 잘 보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제도와 정치 구조를 갖춘 나라에서는 자본주의가 잘 발전했고 국민 생활수준도 올라갔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국가에선 자본주의가 쇠퇴했고 국민의 삶도 피폐했다. 모든 생산수단을 국가가 통제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멸망, 수탈적 구조 속에서 정쟁과 세도정치로 쇠락을 거듭하다 결국 식민지로 전락한 조선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돌발퀴즈. '자본주의'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누굴까. 애덤 스미스? 맬서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다. 물론 그는 부유한 자본가만을 위한 사회라는 비판적 의미로 '자본주의'라고 명명했지만, 지금까지 대체할 수 없는 경제체제로 자본주의는 공고하다. 올여름, 짧은 호흡의 경제 현안에서 벗어나 큰 그림에서 자본주의의 역사 흐름을 읽고 미래를 그려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