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강승영 옮김
은행나무|1만3000원

올여름에는 19세기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을 것이다. 단순한 삶을 찬양하는 책이다.

소로는 자신이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에 기대지 않고도 살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스턴의 집 근처에서 적당한 땅을 찾아내 조그만 오두막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2년 가까이 지냈다. 그가 피신한 것은 번잡한 생활을 피해 숲 속에서 느긋하게 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깊이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들이기 위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내가 숨을 거둘 때 깨어 있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소로는 대부분의 사람이 삶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살던 방식에 길들어서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통상적인 삶의 방식을 선호했기에 그것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상 그들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호숫가 오두막에서 얼마간 지낸 뒤 소로는 사뭇 다른 생활양식을 찾아냈다. 우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은 실제로 아주 적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물건으로도 살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노동 또한 불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 가운데 진정 중요한 일은 없다." 30마일(약 48㎞)을 걸어가려면 하루가 걸린다. 그런데 그 거리를 기차로 여행하는 비용을 벌려면 하루 이상을 일해야 한다. 기차를 타는 대신 걸으면 자연풍광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명상의 시간도 얻을 수 있다. 시간은 모름지기 그런 데에 써야 한다.

알랭 드 보통·소설가.

소로에 따르면 과학기술 역시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발명품의 실용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개인의 행복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발명품들은 그저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장난감이기 마련이고 인간이 진지한 일에 관심을 쏟는 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서둘러 메인 주에서 텍사스 주까지 자기전신기(磁氣電信機·magnetic telegraph)를 건설하고 있지만 사실 두 지역 사이에는 서로 통신을 주고받아야 할 절실한 이유도 없다." 대신 소로는 영성이 충만한 자연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늘 자연에서 신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곤" 했다. 동물과 숲, 폭포 등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태계 내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를 자연 외부의 힘이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자연"으로 인식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넓고, 긴밀히 연결된 데다 도덕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다. 소로는 은자(隱者)로 살면서 이런 사회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물질적인 세계에 등을 돌리고 검소함을 중시하는 그의 생활은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세계에 신선한 통찰을 준다. 세계는 경제적인 위기를 겪을 때마다 소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1930년대 불황기에 그의 철학은 특히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런 심각한 위기에 도달해서야 물질적인 삶에 문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아마 소로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