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농성 세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을 태풍에 대비하겠다며 리모델링하고 있다. 천막 바깥쪽에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합판으로 두꺼운 벽을 만들고 바닥엔 벽돌을 깔고 있다. 단순한 천막이 아니라 사실상 가건물을 세우는 셈이다.

광화문광장에는 천막 15개가 있다. 2 개는 유가족이 작년 7월 14일 서울시 허가도 받지 않고 농성용으로 세운 천막이고, 13개는 서울시가 농성 유가족을 지원하겠다며 만들어준 것이다. 당시 세월호 일부 유가족은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식 농성 중인 유족이 없고 특별법도 제정됐다. 그런데도 농성 세력은 '농성 시즌2'라면서 천막들을 더 튼튼하게 재단장하고 있는 것이다. 광장에 가건물이 상설(常設)되면 그걸 광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서울시 조례에는 광화문광장을 시민들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에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박원순 시장도 작년 9월 서울시의회에서 "세월호 유족과 지지자들의 광화문광장 사용은 조례 위반"이라며 "그 책임을 물어 사용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올 1월 세월호 유족 등에게 공문을 보내 서울시가 세운 천막 13개를 철거하겠다고 통보까지 했었다. 그러나 아직껏 철거 소식이 없더니 리모델링까지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종로구청이 보수 단체 회원들이 동아일보 앞에 쳐 놓았던 천막 5개를 지난달 1일 강제 철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 5월 세월호 천막을 방치한 혐의로 보수 단체가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임종석 부시장을 소환 조사하자 "(세월호 천막이) 법령 위반도 아니고…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 부시장 구속하면 이 양반 다음 총선에서 틀림없이 당선된다. 나도 자동으로…"라고 했다. 세월호 천막으로 선거에서 득(得)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이다. 박 시장은 정말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조례를 무시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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