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6일 전남 나주시 영산포 부근 '홍어의 거리'. 파란 눈의 외국 선수들이 숙성 홍어를 입에 넣더니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이기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에 놀란 것도 잠시, 이들은 이내 신기하다는 듯 서툰 젓가락질로 계속 홍어를 집어 들었다. 여자 선수들은 어른 몸통만 한 홍어를 번쩍 들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마린 오움디우(헝가리·사격)는 "몇 번 먹다 보니 홍어 맛에 중독될 것 같다"고 말하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광주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푹 빠졌다. 6일 팸투어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은 광주광역시 북구의 환벽당(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7호)에서 다도를 배우거나(왼쪽 사진), 전남 나주 영산포에서 열린 숙성 홍어 시식 행사에 참가하며(가운데 사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른쪽 사진은 수영경기장이 있는 광주광역시 남부대학교 운동장에서 핀란드 선수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

유니버시아드를 위해 광주를 찾은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과 사랑에 빠지고 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팸투어(광주·나주·담양 등 6개 도시)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이 판소리·아리랑 배우기, 김치 만들기, 홍어 시식을 하면서 한국의 맛과 멋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대회 일정이 빠듯하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가려는 선수들은 김치 등 처음 접하는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으며 한국 문화를 만끽하고 있다. 경기장과 선수촌에서 만난 외국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성적에 대한 부담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이 엿보였다.

섭씨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도 '광주의 청춘'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유럽에서 온 서양 선수들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키니만 입은 채 잔디밭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빌려 도심을 활보한다. 경기장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면 반사적으로 일어나 말춤을 추는 외국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의 올림픽'인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광주는 도시 전체가 '젊음'과 '축제'로 가득하다. 광주 최대 번화가인 금남로와 상무지구 일대는 저녁마다 '젊은이들의 용광로'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세계청년축제' '문화콘서트 난장'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문화 행사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아나 홀란드(육상·미국)는 "한국 첫 방문 도시인 광주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아직 대회 초반이지만 경기 운영 면에서도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예산을 들였던 이전 대회와 달리 '저비용·고효율'을 목표로 내건 조직위의 대회 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37개 경기장 중 3곳(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광주 국제양궁장·남부대 국제수영장)만 신축하며 대회 예산을 대폭 낮췄다.

지난 3일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클로드 루이 갈리앙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은 이날 윤장현·김황식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개막식을 탁월한 무대로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무대에 감동했다. 폐막식까지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