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숨진 한국인 10명(공무원 9명, 관광 회사 대표 1명)의 빈소가 마련된 지안시 외곽의 칠성산 장례식장. 정부 사고수습팀장인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을 만난 한 유족은 "내 남편 살려내 주세요"라며 오열했다. 다른 한 유족도 "여기에 이렇게 누워 계실 분이 아닌데…"라며 주저앉았다. 빈소 10곳은 각 10㎡ 정도 크기로 희생자 관(棺)과 영정을 모셨다. 정 차관은 "원만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로했다.

중국 연수 중 버스 사고를 당한 지방공무원 일행 가운데 사고를 피한 교육생 등 한국인 105명이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한국인 10명이 숨졌고, 부상자들은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순간을 녹화한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과속으로 달리다가 다리 난간을 뚫고 추락했다. 지안시 교통대대 대대장은 "초보적 판단으로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 결함 가능성을 주장하는 쪽도 있다. 한국과 중국 당국은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 대로 사상자 보상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 사고대책반과 유족은 이날 지안시에서 운구 등 장례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심양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국으로 시신을 운구하거나 중국에서 화장해 이송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운구를 원하는 유족이 많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중석 원장을 포함한 법의관 4명으로 구성된 '희생자 관리단'을 보내 시신을 현지에서 넘겨받아 국내로 이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무원 연수 중 사고를 피한 한국인 105명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지방 공무원 교육생 103명과 지방행정연수원 인솔 직원 1명, 가이드 1명 등이다. 오후 5시 45분쯤 출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어두운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거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귀국한 공무원들은 각자 희망에 따라 상당수가 자택으로 귀가(歸家)했고, 집이 먼 교육생 40여명은 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연수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는 9일부터 12월 11일까지 정상적으로 연수 과정을 이어가게 된다고 연수원 관계자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고에 애도를 표하며 "사후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수습에는 지안시 조선족학교의 교사 40여명이 '숨은 도우미'로 활약했다. 이들은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자원봉사 조직을 만들어 통역 등을 맡았다. 지안 병원에 입원한 한국인 환자 16명마다 1명씩 배치돼 중국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한국인 부상자가 지안에서 창춘(長春)의 큰 병원으로 이송될 때도 구급차에 나눠 타고 창춘까지 동행했다. 2일부터는 유족의 장례 절차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