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기차를 탈 일이 있어 김영하 산문집 '말하다'를 들고 갔습니다. 책을 열어보니 인터뷰와 강연 모음집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매체에서 다른 사람들이 한 인터뷰를 모아놓으니, 마치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습니다. 게다가 여러 인터뷰를 작가가 편집한 것이라서 구성 자체가 작가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작가로서의 삶,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여러 가지로 변주해 들려줍니다. 변주가 가능했던 건 새로운 답을 끌어내는 좋은 질문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쿳시는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인터뷰는 십중팔구 전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 낯선 사람은 장르의 관습에 따라 소위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적절한 선을 넘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찾아온단 말입니다"라고 말했답니다.

인터뷰에서 질문하는 사람은 상대의 허를 찌르거나 때로는 몰아세워서라도 준비된 답변 이상의 것을 끌어내고 싶어합니다. 반면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은 그런 식의 '선을 넘는' 질문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 사이에 있는 이런 고민과 긴장이 인터뷰를 재미있는 장르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언젠가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기자란 '질문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좋은 질문만이 거기에 상응하는 좋은 답변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일이 어쩌면 하나의 좋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질문을 마음에 품고 계신가요.

편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