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워싱턴 주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 피해자 김복동(89·앞줄 왼쪽) 할머니가 참석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진 1일, 미국 워싱턴DC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가 섰다. 매주 수요일 주한(駐韓)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던 '수요시위'를 이곳에서 동시에 연 것이다. 최근 숨진 위안부 피해 할머니 세 분의 영정 앞에 헌화·묵념하면서 시작한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명예 회복을 촉구했다.

1185회를 맞는 시위에서 김 할머니는 "죽으려고 해도 억울해서 죽지 못한다"며 "아베 총리는 내가 죽기 전에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깨끗하게 청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죽했으면 내가 죽음을 각오하고 이 먼 미국까지 왔겠느냐"며 "나이 어린 아이들을 속여서 끌고 가 노예생활을 시켜놓고 지금까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윤미향 정신대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70년 전에 해결하지 못한 군 위안부 범죄 처벌과 책임 이행을 국제사회가 함께 이뤄야 한다"고 했고, 워싱턴 정대위 이정실 회장은 "피해 할머니를 모시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미래는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했고, 일본대사관 측에 아키히토 일왕과 아베 신조 총리의 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정실 회장은 "일본 대사는 만나지 못했지만, 면담에 응한 일본대사관 관계자가 '위안부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있고, 속히 해결되길 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는 미국의 인권단체와 필리핀·베트남의 여성단체 등도 참석해 국제적 연대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