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도 몰리는 서울 강남 지역 성형외과 중 자동제세동기(AED·사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제세동기는 심장 기능이 정지하거나 호흡이 멈췄을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 기기로 수술 중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

성형수술을 받다가 심정지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규모가 작은 성형외과 의원이라도 자동제세동기 비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 지적이다.

서울시가 김용석 시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강남구와 서초구의 성형외과 412곳 중 자동제세동기를 보유한 곳은 21%인 87곳에 불과했다. 서울시내 성형외과의 74%가 있는 강남구에선 총 355곳의 성형외과 중 70곳만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둘째로 성형외과가 많은 서초구에서도 총 57곳의 성형외과 중 17곳만 자동제세동기가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자동제세동기 보유 성형외과 수가 적은 것은 현행 의료법상 심정지 등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장비 보유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제세동기는 보급형이 300만~400만원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형수술 도중 응급처치가 늦어져 사망하는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 여성이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은 국제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당시 중국 언론은 연일 "한국 원정 성형수술은 믿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한국 성형외과에서 수술받던 중국인 사망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수사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성형외과는 환자 몸이 아픈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위급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 굳이 예산을 들여 자동제세동기를 구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수술 중 마취제 과다 투여나 과다 출혈 등으로 환자 심장이 정지했을 때는 4분 이내에 자동제세동기를 사용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과 수술을 하는 의료 기관의 응급 의료 장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