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태양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소행성이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를 돌고 있는데 이 중 일부가 가끔 궤도를 이탈해 태양 쪽으로 이동하다가 지구에 접근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칫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개 별똥별 형태로 타버리지만 미처 다 타지 않고 지구 표면에 떨어지는 게 바로 운석이다. 행성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표면에는 해마다 500여개 운석이 떨어진단다. 이 중 90%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혹은 육지라도 아주 외진 곳에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2013년 2월 15일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러시아 도시 첼랴빈스크 지역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동영상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출근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도로 위로 비스듬히 불기둥이 떨어지는 모습에 간담이 서늘했다. 그 충격으로 인근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다지만 사실 그때 떨어진 운석은 기껏해야 지름 18m의 작은 운석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아공의 브레드포트 운석공은 지름이 190㎞나 된다니 도대체 얼마나 큰 운석이 떨어졌던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앞바다에 떨어진 운석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일으켜 끝내 공룡들을 모두 멸종으로 내몰았다.

언제든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줄잡아 100만개나 된다. 그러나 그중 우리가 궤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불과 1%, 즉 1만개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의 존재 역사 동안에는 다행히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라고 공룡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1908년 6월 30일 러시아 퉁구스카 지역에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 규모의 운석이 떨어졌던 사건을 기리며 세계 각지의 과학자, 예술가, 기업인, 언론인 등이 모여 오늘을 '소행성의 날(Asteroid Day)'로 선포한다. 매년 10만개 소행성을 새로 발견해 10년 안에 소행성 거의 전체의 성격과 궤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자는 계획이다. 젊은 친구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