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교수·SK사회적기업가 센터장

7월 1일은 '사회적 기업'의 날이다. 요즘 유행어 중 하나가 '치유(힐링)'다. 그만큼 치유가 필요한 국민이 많다는 뜻일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앞 세대에서 보기 어려웠던 사회적 약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자식 농사만 지어 놓으면 걱정 없던 은퇴 후 삶이었는데, 고령화와 더불어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빈곤층에 내몰리고 있다. 탈북 정착민과 다문화 가정 자녀 다수는 조기에 학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 이민자들은 종종 인권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청년들은 '아픈 것이 청춘이다'라는 위로를 들어야 할 정도로 취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건강하고 자부심 있게 살아갈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가 청춘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인류는 가족·지역사회·기업·정부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현재 대가족 제도는 해체돼 더 이상 사회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됐고 종교 및 비영리 단체 등 지역사회 역할도 매우 미미하다. 경제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2012~2014년 사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단 한 명의 20대도 채용하지 못한 예에서 보듯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난제를 안고 있다. 급격한 인구 변화와 저성장으로 정부의 복지 여력이 축소된 채 정부 복지정책은 사회적 약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데 비효율성을 나타내고, 수혜자들에게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은 기존 역할과 책임을 재설정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인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적 장치는 한국에서 출발은 늦었지만 최근 급속도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는 중이다. 정부는 물론 일부 기업이 이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과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시장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새로운 실험이다. 이러한 실험은 많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새롭게 인식시키면서 자극을 주고 있다. 많은 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 인재를 육성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늘리고 있다. 치유가 아닌 희망의 전진이 필요한 지금, 우리 모두는 공동체적 선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사회적 기업들에 주목하고 그들을 격려해 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