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운서·KBS 'FM대행진' 진행

흰 백에 새 조. 이름 그대로 백조는 하얗다. 까마귀는 으레 까맣듯이 백조는 당연히 하얗다. 수천년 동안 서양 사람들도 그렇게 믿어 왔다. 하지만 18세기 오스트리아 대륙에서 블랙 스완, 검은색 백조가 발견됐다. 백조는 흰색이라는 정설은 거짓이 돼 버렸다. '우리가 봐 왔고, 보고 있는 백조는 다 하얗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볼 백조도 다 하얗다'는 논리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과거를 따져보고 살펴봐서 앞날을 내다본다고 하지만 이는 희망 사항일 뿐 익숙한 흰 새가 아닌 뜻밖의 검은 새가 출현하는 일이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게 '블랙 스완'의 저자 탈레브의 주장이다.

탈레브는 '검은 새'의 출현이 주식시장의 대폭락이나 지진·쓰나미처럼 돌발적으로 나타나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주식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시장에 대한 분석은 결국 과거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와 원숭이가 투자할 때 원숭이의 수익률이 오히려 더 높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탈레브는 과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드물게 찾아오는 검은 백조의 조짐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직관을 키워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앞으로의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 블랙 스완이 나타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일이면 통닭구이가 될 닭이 오늘 모이를 먹으면서 이런 안정적인 상태가 계속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다만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학원으로 밀어 넣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은 해본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살아갈 아이에게 내가 해왔던 학습을 반복시키는 건 나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 세상 일이야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노릇이지만 공부하고 들여다보면 내 마음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내 마음을 수천 번 되돌아보면 어떤 자극에 의해 마음속 어떤 상처가 자극받았는지 알 수 있고, 나와 그의 관계도 좀 더 호전되지 않을까?

무슨 문제가 발생한 후 잘 처리하는 것보다는 문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통해서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지 정말로 알고 있는지 구분 해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겠다. 오직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