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지난 19일 서울대병원 외래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사연은 이렇다.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메르스 14번 환자는 그날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해 외래 진료실로 내려왔다. 그는 이미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며 80여명에게 메르스를 옮긴 이른바 수퍼 전파자이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진단을 받고 국가지정 격리 음압 병상이 있는 이곳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때만 해도 폐렴이 너무 심해 위독한 상태였다. 그러다 극적으로 회복되어 퇴원을 앞두게 됐지만, 수퍼 전파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자신이 수퍼 전파자였다는 것은 나중에 회복되고 나서 알게 됐단다. 이에 의료진이 그런 상황을 잘 견디도록 심리 상담을 주선한 것이다.

하지만 외래 진료 과정에서 그가 메르스 수퍼 전파자라는 점이 알려졌고, 주변 사람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완치되어 전염의 우려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기실 수퍼 전파자들도 메르스 희생자다. 본인도 의료진도 메르스인 줄 모른 상태에서 보건 역학적으로 그 상황에 놓였을 뿐이지 그들이 일부러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요즘 메르스 퇴원자나 격리됐다가 해제된 사람을 슬슬 피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들과 지낸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말라는 곳도 있다. 그들은 메르스 공포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격리 해제자도 대단한 일을 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감염병 차단에 기여한 시민이다. 메르스 환자도 아니면서 아무런 증상이 없는 그들을 강제적으로 격리할 근거는 취약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2주간의 격리에 협조한 건전한 시민의식의 소유자다. 그런 이타적 시민의식이 있기에 우리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을 극복할 수 있다. 전염 우려가 없는 격리 해제자를 기피한다면, 다음에 전염병이 또 돌 때 누가 내키지 않는 격리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그들을 안아줘야 메르스를 물리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