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31)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뒤로는 마트에 간 적이 없다. 각종 유아용품과 생필품 등 이씨가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건만 30만원어치다. 금액으로 보면 평소보다 50% 많은 수준이었다. 이씨는 "불안감에 자꾸 이것저것 사다 보니 당장 필요 없는 물품들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유행 이후 사람들의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메르스 감염을 걱정해 바깥 출입을 줄이면서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외식도 배달 음식으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바람에 택배업체 등 배달업계는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16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달 말 이후 택배 배송량은 전월 대비 20%가량 늘어났다.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대형 온라인몰은 '주문 폭주로 일부 지점에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온라인 주문으로 물건을 주로 사면서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육아 전문 커뮤니티에는 '다들 오늘 택배 몇 개 받으셨어요?'라는 글과 함께 이날 배달됐다는 택배 상자 15개가 쌓여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나는 5개 받았다' '30개 정도 시켰는데 어제 20개 받았고, 오늘은 9개 도착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배달량이 밀리면서 택배기사들은 한밤까지 배달에 나서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새벽 1시에 현관 벨이 울려 문을 열어보니 택배였다. 잠결에 물건을 받아 아직도 꿈같다'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메르스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배달 음식 업계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1인 가구' 직장인 박모(29)씨는 지난 주말 집 밖을 나가지 않고 배달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웠다. 점심엔 중국 음식, 저녁엔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박씨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인데 메르스 때문에 당분간은 집에서 시켜 먹거나 직접 음식을 해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 모바일 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지난 주말(13~14일) 앱 이용 건수는 2주 전(5월 30~31일)에 비해 23% 정도 증가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날씨가 더워지는 6월에 5월보다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메르스로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이용 증가 폭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한 음식점 배달원은 "배달을 가면 마스크를 쓴 채 좁은 문틈으로 음식을 받고 사라지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며 "배달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지만, 내가 메르스를 옮기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