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객이 모두 돌아간 밤에도 병실엔 여전히 평상복 차림의 외부인들이 있다. 환자의 보호자나 고용 간병인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수발을 들기 위해 간이침대까지 두고 병상을 24시간 지키는 이들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문병객'이다.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병원 병동. 딸을 병간호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박모(56)씨는 환자 병상 옆에 '살림'을 차렸다. 반바지에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딸을 돌보며 병원 구석구석을 누볐다. 딸의 옆 침상에 누워 있던 환자가 자리를 비우자 그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환자 샤워실에서 목욕하고 가끔 병원에서 나오는 환자식(食)도 함께 먹는다고 했다. 냉장고엔 '외부 음식 반입 금지'라고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었지만, 안에는 먹다 남긴 죽, 두부, 고추장, 식혜 등 캔 음료, 김치와 각종 마른반찬으로 꽉 차 있었다. 장기 입원 중인 환자 송모(85)씨의 보호자는 병실 슬리퍼 차림으로 상점에 가 떡을 사왔다. 병실 입구에 손 세정제가 부착돼 있었지만, 본지가 지켜보는 1시간여 동안 사용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족이 직접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간병인을 고용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면 간병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간병인이 감염 관리 측면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취재 중 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간병인들이 자신의 빨래를 널어놓거나 수시로 담배를 피우는 등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다 환자의 질환에 감염될 수도 있다. 15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메르스에 걸린 걸로 확인된 간병인은 7명에 이른다.

김현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호자나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병원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환자 관리 업무가 전문성 없는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좁은 병실에 환자용 침상들은 1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사이를 보호자·간병인을 위한 간이침대가 연결하고 있다. 그만큼 감염 위험성도 촘촘하게 연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