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병원 내 감염 형태로 퍼져 나가면서 의료진 감염이 메르스와의 싸움에 큰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 150명의 메르스 확진자 중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의료진 확진자는 13명이다. 의료진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진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3일 오후 5시 반쯤이었다. 메르스 36번 환자(82)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서 저산소증이 왔다. 폐렴이 심했고, 신부전도 있던 환자였다. 응급 상황을 알리는 '코드 블루'(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환자가 발생했다는 병원 내 알람)가 뜨자, 내과계 중환자실 담당 수간호사인 신모(39) 간호사는 후배 간호사들을 도와주려고 음압격리병실로 달려갔다.

지난 3일 대전 건양대병원 의료진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36번 확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모습.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된 사람이 이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간호사다. 건양대병원은 메르스 확산을 우려해 이날 응급실 등 병원의 일부 시설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신씨가 방호복을 1분 만에 입고 음압격리병실로 들어가자 전공의 한 명이 심폐소생술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전공의가 환자의 기도에 호스를 넣어 산소를 주입하려는 기관지 삽관술을 시행하려 하자 환자 기도에서 피가 튀었다. 의학적으로 메르스 환자의 기관지 삽관술을 할 때 폐에서 나오는 바이러스 침방울이 감염을 가장 잘 일으킨다.

20여분간 심폐소생술을 하면 환자 상태가 잠시 좋아지고, 그러다 다시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을 다시 20여분 하는 상황이 한 시간 넘게 반복됐다. 모두가 방호복을 입은 채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땀에 흠뻑 젖었다. 의료진은 "방독면을 쓰고 우의 입고 100미터 달리기를 계속하는 상황과 유사했다"고 전했다. 음압격리병실에는 당시 의사 셋, 간호사 3명이 있었다. 상황은 종료됐다. 의료진의 사투에도 환자는 죽음을 맞았다. 이후 탈진 상태가 된 상황에서 신씨가 무의식적으로 땀을 닦다 환자의 체액이 몸에 닿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8일이 흘렀다. 신씨는 지난 11일 병원에 출근해 으레 하던 간호사 회의에 참석했다. 오전부터 열감을 느끼기 시작해 응급실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었다. 오후 되어 열감이 확 올라오자 신씨는 음압격리병실로 들어갔다. 신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간호사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신씨가 접촉했던 주변 동료 의료진은 줄줄이 격리 대상이 됐다. 외부의 감염내과 교수로 구성된 메르스 민관대응팀은 신씨의 흉부 엑스레이와 증상 발현 시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증상이 눈에 띄게 심해진 11일보다 앞선 10일부터 전염력이 있었다고 보고, 10일 이후 밀접 접촉자를 모두 격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민관대응팀은 "10일 빨리 증상 발생 신고를 하고 자체 격리를 했으면 의료진 격리 대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는데 대처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간호사를 포함해 80여명의 의료진이 격리됐다. 중환자실은 통째로 격리됐고, 응급실은 폐쇄됐다. 다행히 신씨는 환자를 직접 보는 직책이 아닌 중환자실 수간호사였기에 일반 환자 격리자는 소수에 그쳤다. 신씨는 현재 국가지정 격리 병상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건양대병원은 16번 메르스 환자로 이미 지난 5월 말부터 60여명의 의료진이 격리된 상태였다. 그 기간이 거의 끝나가 일부 의료진이 복귀하던 시점이었다. 상황 종료를 눈앞에 두고 다시 의료진이 집단으로 2주간 격리된 것이다. 메르스 민관대응팀은 외부에서 의료진을 투입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의료진이 하나 둘 격리될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원칙대로 메르스 환자를 보고 메르스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