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파'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사채업도 하는 폭력조직 이름이다. 학동파 부두목 이모(53)씨는 지난 2013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대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등에게 접근해 솔깃한 제안을 했다. 마카오에서 마음껏 도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얘기였다. 평소 도박을 좋아했던 재력가들은 이씨 제안에 선뜻 응해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2박 3일 일정이었지만 재력가들은 갈아입을 옷 외에 준비할 게 따로 없었다. 이들이 이용할 항공권과 2박 3일간 머물 특급호텔 숙박권을 학동파가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재력가들은 신용카드와 현금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학동파는 이들이 머무는 동안 갚는다는 조건으로 한 차례에 3억~5억원의 도박 자금도 빌려줬다.

이런 원정 도박 패키지에 '맛'을 들인 재력가들은 한 달에 2~3회씩 수십 차례에 걸쳐 마카오를 다녀왔다. 재력가들은 학동파가 안내한 마카오의 특급 카지노 리조트인 M호텔과 C리조트에 마련된 VIP룸에서 도박의 한 종류인 바카라를 즐겼다.

이들이 즐긴 카지노 VIP룸은 범서방파 계열인 광주송정리파가 보증금이자 권리금 명목으로 50억~100억원을 지급하고 운영권을 따낸 이른바 '정킷(junket)방'이었다. 재력가들이 더 큰 금액을 베팅할 때마다 학동파의 수익도 따라 늘었다. 학동파가 재력가들이 베팅할 때마다 베팅액의 1~1.25%를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정킷방 운영자가 리조트 측으로부터 베팅액의 2~3%를 받고, 학동파는 정킷방 운영자로부터 수수료 일부를 받는 방식이었다.

바카라는 통상 한 판이 끝나는 데 1분 내외밖에 걸리지 않지만, 일부 재력가는 한 번에 최대 30만 홍콩달러(약 4300만원)를 베팅했다고 한다. 학동파 조직원들은 재력가들 옆에서 베팅 횟수와 액수 등을 기록카드에 꼼꼼히 적었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 보였던 학동파는 그러나 마카오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재력가들에게 '본색'을 드러냈다. 지난달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낮에 국내 골프장에서 구타를 당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50억원이 넘는 돈을 잃었고, 몇몇 중소기업 사장들은 파산 상태에 이르러 운영하던 회사를 매각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재력가들을 마카오 도박장으로 안내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도박 장소 개설 등)로 학동파 부두목 이씨를 구속 기소하고, 행동대장 정모(37)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조폭 출신의 40대 인사는 "학동파는 서울에서 가장 힘 있고, 결속력이 가장 강한 조직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검찰은 마카오 특급 리조트에서 정킷방을 운영하는 광주송정리파의 행동대원 이모(40·기소 중지)씨와 이씨의 정킷방에 투자한 정황이 포착된 김모(45·구속 기소)씨를 도박 장소 개설 혐의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김씨는 범서방파의 두목이었던 고(故) 김태촌씨의 양아들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학동파뿐 아니라 다른 폭력조직도 해외에서 원정 도박 패키지를 운영해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폭력조직들이 마카오를 비롯해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에 진출한 정황이 잡힌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먹을거리가 떨어진 폭력조직이 해외 원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