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도립공원, 제대로 원시림

이런 데가 있었나 싶었다. 통상 도립공원이라 하면 깎아놓은 듯한 단정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질리는 것도 사실이고. 곶자왈도립공원은 달랐다.

'곶자왈'은 제주의 독특한 지형을 일컫는 제주어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자갈이나 바위 같은 암석 덩어리를 뜻한다.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선지 들쭉날쭉한 매력이 있었다.

공원은 제주의 서쪽 중산간 지역에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구억리·신평리 일원에 걸쳐 있다. 공항에서는 차로 40분 거리다. 봄의 절정이던 지난 4월 30일 방문할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향이다. 비자나무·구실잣밤나무·때죽나무, 황벽나무·때죽나무 등 온갖 식물이 섞여 고유의 향을 뿜었다.

그다음은 경관이다. 무성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늘어진 덩굴이나 아무렇게나 스러져 있는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정글에 와 있는 듯했다. 사람에 따라 관리를 안 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은 곳이다.

도립공원 내 길 전체 길이는 6.9㎞다. 오찬이길(1.5㎞), 빌레길(1.5㎞), 한수기길(0.9㎞), 테우리길(1.5㎞), 가시낭길(1.5㎞) 등 5개 길이 서로 연결돼 있다. 다 둘러보려면 약 2시간이 걸린다.

지금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게 된 데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숨어 있다. 개발의 바람이 분 제주. 제주사람들은 곶자왈만큼은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 2011년, 2012년 개인소유 곶자왈 약 13만2천2백21㎡(4만여 평)를 '곶자왈 공유화 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매입했다. 곶자왈 보전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이는 제주의 자연보호와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제주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도민들이 손잡은 결과다.

결국 2012년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제주곶자왈이 자연환경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신이 선물한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참고로 도립공원 내 면적의 제주도 소유지는 1백3만8천㎡, 국유지는 2만2천㎡다.

공원 내를 걷다 보면 20m 높이의 전망대도 만날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밑에 위치한 사각 형태의 우마급수장, 멀리로는 한라산과 삼방산까지 1백55만㎡ 도립공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은 오는 7월 시범운영을 거친 뒤 내년부터 본격 개장한다. 지금도 입장은 가능하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아이와 즐기기 딱

도립공원에서 차로 10분만 달리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나온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다. 지난해 4월 24일 JDC가 항공과 우주를 테마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해 개관한 체험형 항공우주전문 박물관이다. 지상 3층(전망대 제외)에 지하 1층 등 연면적 약 3만83㎡(약 9천1백 평)에 총 사업비만 1천1백50억여원이 투입됐다.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 규모다.

전투기 실물, 항공, 천문학의 역사, 인류의 우주개발 도전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개관 1주년이던 지난 4월까지 35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하루 평균 1천여 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미 제주의 대표 관광 및 교육 명소로 자리 잡은 셈. 오는 8월 31일까지는 개장 1주년을 기념해 기존 2만5천5백원에 관람했던 4개 테마시설을 성인 기준 1만원, 어린이 기준 8천원에 모두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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