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메르스 환자 관련 정보 공유와 대책 마련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가 확진 전 서울 시민 1500여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기습 공개했고, 당사자인 환자와 정부가 뒤늦게 "이는 사실과 다르며, 국민의 불안감만 늘린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오후 10시 30분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35번 확진 환자의 동선 및 그와 같은 공간에 머물러 감염 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에 대한 정보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미리 공유받지 못했다"며 "이는 메르스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는 엄중한 사항이므로 우리(서울시)가 직접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신속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메르스 의심 의사가 1500여명과 접촉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박 시장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왼쪽). 반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시장·구청장 연석회의를 소집해“지자체장들을 모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자”며 독자적인 행보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오전 "전날 내내 보건복지부에 35번 환자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오후 8시가 돼서야 환자의 동선 등이 포함된 역학조사 결과서를 전달받았다"며 "함께 보내온 공문에도 뚜렷한 대책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박 시장과 서울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관할 구청 보건소가 35번 환자에 대한 검사에 참여했고, 서울시 소속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도 조사 과정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환자의 동선에 관해서는 사전에 일절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3일 오후 11시에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대책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직원이 확진 전 환자의 동선을 자체적으로 인지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엇갈리자 청와대는 "국민들이 불안을 느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의 발표 내용과 보건복지부의 해명, 감염 환자의 언론 인터뷰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와 복지부가 심각한 사태에 대해 서로 긴밀히 협조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반응에 박 시장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시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성명을 낸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메르스가 이만큼 확산된 것도 정부가 충분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5일 밤 언론 인터뷰에서 "4일 오후 제가 직접 복지부 장관 및 질병관리본부장과 통화를 했는데, 질병관리본부장께 '공개를 해도 좋으냐'고 했더니 '시장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답이 돌아와 공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