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돼 첫 사망자가 나오고 그동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던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이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병원이 메르스 감염의 진원지로 알려지면서 병원을 찾는 시민 발길이 확 줄었다. 전국 150여 학교와 유치원 등이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고 시민들이 손 세정제 구매에 나서면서 시중에선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은 환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응급실 병상 36개 중 환자가 누워 있는 곳은 4개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엔 응급실이 꽉 찼는데 'ICU (중환자실)를 폐쇄했다'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주말부터 응급실이 텅 비었다"고 말했다.

병원 밖 메르스 격리진료소… 日취재진도 관심 -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설치된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소 앞으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가는 가운데 외국 취재진이 방송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질병관리본부 관리하에 메르스 의심환자를 별도로 진단하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곳곳에선 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넘쳐났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데리고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윤모(39)씨도 접수창구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썼다. 그는 "어머니 병환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응급실 바로 앞에 있는 격리시설을 보니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지인의 문병을 왔다는 김모(53)씨 부부는 "혹시 병원 내에서 오가다가 잠깐이라도 메르스 환자와 마주칠까 봐 무섭다"고 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서울대병원 곳곳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는 응급실로 들어오지 마시고 반드시 격리센터로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와 같은 건물에서 진료를 받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병원에선 진료와 수술 예약 취소가 속출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관문인 공항에서도 메르스 사태로 불안감이 감돌았다. 김포공항 국제선 터미널에 있는 약국에선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렸다. 약국 관계자는 "한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찾다 보니 평소보다 3배 넘게 팔렸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김포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던 대만인 관광객 추모(64)씨 가족 5명은 "한국에서 길거리 다니는 내내 불안해서 마스크를 쓰고 하루에 열 번 넘게 손을 씻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150여개 학교가 휴업을 결정하는 등 '메르스 공포'가 확산됐다. 메르스 감염자 가운데 첫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이 있는 경기 화성 동탄 지역 초등학교 한 곳과 유치원 7곳이 2일부터, 충남지역 유치원 한 곳은 1일부터 5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은 학교는 열되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문을 아예 닫는 '휴교'와는 다르다.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중 처음으로 휴업한 동탄 A 초등학교는 소속 교사가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에 지난 25일 시아버지 병문안을 가 20분간 머물렀다고 학교와 교육청에 보고해 2일부터 휴업한 것이다. 동탄 지역 전체 사립유치원 7곳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자체적으로 휴업했다. 사립유치원 원장 박모(45)씨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결석하는 아이들이 나올 정도로 학부모님들이 불안해했다"면서 "휴원하기로 하니까 오히려 부모님들은 다행이라며 반겼다"고 말했다.

동탄 외에도 3일부터는 경기도 135곳, 충북 5곳 등 140개 유치원·초·중·고·대학교(2일 오후 8시 현재)가 5일까지 추가로 휴업에 들어간다. 경기 지역 학교장들은 2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 날부터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는 교사가 메르스 확진을 받은 아버지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과 대전, 서울 등지의 일부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도 수학여행과 현장학습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3일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국장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시중에선 손 세정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메르스 감염 대처법도 돌아다녔다. 이날 기업들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비하느라 대거 손 세정제 구매에 나선 탓에 서울 광화문 등 도심 편의점, 수퍼마켓 등에선 손 세정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광화문에 있는 한 기업 총무담당자는 "손 세정제를 구하느라 강남 쪽 대형마트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일부에선 바셀린을 코밑에 바르면 메르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SNS 등을 통해 돌았다.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지만 약국에선 바셀린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전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 설치되어 있는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 센터에서 직원들이 시민들의 빗발친 문의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