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최초 환자로부터 전염된 환자가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를 전염시킨 3차 감염자가 나옴에 따라, 메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확산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사람 간 전염이 연차적으로 일어나면서, 한국판 중동 사스 사태가 걱정된다. 하지만 감염 전문가들은 아직은 환자가 묵었던 병원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일어난 병원 내 3차 감염이며, 그것으로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3차 감염 환자 발생 과정

메르스 최초 환자가 경기도 P병원에 입원했던 지난 15~17일, 40대 남성(2차 감염자)도 폐렴 증세로 입원해 있었다. 이 환자는 최초 환자와 같은 병동 8층에 있었지만 병실은 달랐다. 당시 이 환자도 최초 환자도 메르스인 줄 아무도 모를 때였다. 이때 최초 환자로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 상태에서 환자는 P병원에서 퇴원했고, 병세가 좋아지지 않자 지방의 대도시 E병원 6인실에 입원했다. 거기서 같은 병실을 쓰는 73세와 78세 남성 폐렴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이때도 메르스 감염 상태를 서로 몰랐다. 6인실 특성상 환자의 바이러스 침방울이 튀는 2m 이내 환경에 주변 환자들이 쉽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폐렴 환자들은 기침이 잦고, 객담 검사를 자주 하게 돼, 바이러스가 체내 밖으로 다량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병실 출입구를 공동으로 쓰면서 손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있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 2~3명도 메르스에 3차 감염됐는지 여부는 방역 당국이 관찰 중이다.

3차 감염된 70대 남성 환자 두 명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가 2일 국가지정병원 격리 병상으로 이송됐다. 이들을 진료한 의대 교수는 "둘 다 폐렴을 앓고 있는데 혈압이나 맥박 등 생체 지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메르스 감염이라고 해서 증세가 악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1170건의 메르스 발생과 전염 형태를 분석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를 보면, 몇몇 사례에서 3차 감염이 있었으나 그것으로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3차, 4차 전염은 일어날 수 있으나 주로 병원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기관지 내시경, 신장 투석, 객담 검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노출될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의료진의 가운이나 청진기, 이동형 의료 설비 등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3차 감염 또는 집단 감염은 주로 중동 지역 병원에서 이뤄졌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병원에서는 한 달 반에 걸쳐 23명에게 메르스 2·3·4차 전염이 일어난 바 있다.

반면 가족 내 전파는 상대적으로 낮다. 권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보고된 중동 지역 사례를 보면, 26명의 메르스 환자가 총 280명의 가족과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지냈는데, 가족 중 12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전염률이 4% 정도다.

비행기 동승 시 전염률도 낮다. 메르스 환자가 비행기를 타고 중동에서 영국,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동한 사례가 8건 보고됐는데, 이 과정에서 비행기 승객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에게 증상이 생긴 게 지난 11일쯤이다. 벌써 20일 정도가 흘렀다. 한 명의 전염병 환자에게서 다른 환자가 생기는 기간은 대개 7일로, 이를 전염병 전파 주기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국내 메르스는 벌써 3주기가 지났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3차 감염이 병원 내에서 두 명이고, 지역사회에서 생긴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메르스가 상시로 생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로 100만여명이 모였다가 이동해도 지역사회 전파가 없는 것으로 보아 병원 내 3차 감염이 생겼다고 해서 지역사회로 확 퍼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는 2차 감염자를 잘 추적하고 격리하여 병원 내에서 더는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오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