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강산은 두 번이나 변했고 한국 바둑은 세계 중심에 우뚝 섰다. 1996년 6월 '출생신고'를 한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20회째 잔치를 시작한다. 7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막식 겸 대진 추첨식을 가진 뒤 8일부터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것.

'성년(成年) LG배'는 출전자 모두가 스타이고 모든 판이 빅 매치다. 지난 19년간 대회를 빛낸 큰 별 중 이창호(40) 이세돌(32) 구리(古力·32) 등 2회 이상 우승자 3명이 특별 시드로 초청받았다. 여기에 한 차례 정상을 밟았던 스웨(時越·24)와 퉈자시(柁嘉熹·24), 디펜딩 챔프 박정환(22)을 합하면 올해 '황금 무대'에 설 역대 LG배 우승자는 6명에 이른다.

제19회 LG배 시상식장에 나란히 선 우승자 박정환(오른쪽)과 준우승자 김지석. 20회째를 맞는 올해도 한국 기사가 우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배 아닌 다른 메이저급 세계 대회 우승 경력자인 김지석(26) 강동윤(26) 박영훈(30) 최철한(30) 원성진(30) 커제(柯潔·18) 저우루이양(周睿羊·24) 천야오예(陳耀燁·26) 탕웨이싱(唐葦星·22) 등 9명도 가세한다.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5명이 전·현직 세계챔프인 '스타워즈'는 전례가 없었다.

올해 LG배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천하를 양분 중인 한·중 두 나라의 '중간 결산 대회'란 점. 세계 메이저급 개인 타이틀 7개를 놓고 양국은 현재 3대4의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LG배만 놓고 보면 양국이 똑같이 통산 8회씩 우승했다. 어느 쪽으로 균형이 깨질지 흥미진진하다.

또 하나는 세대 간 대결이다. 올해는 이창호(40) 유키(結城聰·43) 등 40대부터 이동훈(17) 변상일(18) 커제(18) 김명훈(18) 황윈쑹(黃云嵩·18) 등에 이르기까지 참가자 연령 편차가 거의 한 세대에 이른다. 20대 중후반~30대 초반이 주력인 한국이 20세 전후를 주축 부대로 내세운 중국을 상대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전기(前期) 우승자 박정환의 LG배 사상 첫 2연속 우승,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및 대만의 분전 여부 등도 관심거리. 18세 이하 유망주들이 겨룬 20주년 기념행사 'LG 챌린지컵' 우승자인 변상일, 대회 사상 최초의 아마추어 통과자 안정기(18) 등 진객(珍客)의 종착역도 궁금하다. 우승 상금 3억원, 1인당 3시간의 정통파 대형 국제 기전인 LG배 스무 번째 잔치의 주인공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