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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감염자를 통한 3차 감염 발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 떠오르고 있다. 3차 전염으로 메르스가 지역 사회로 확산된다면 자칫 한국판 ‘중동 사스’(SARS)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생 행태로 보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열흘 만에 14명의 2차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아직은 최초 감염자가 입원했던 병원 내 집단 전염 형태라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기본적으로 사람 단계를 거치면서 증폭성이 약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왜 국내에서는 최초 감염자가 14명에게나 2차 감염을 일으켰을까. 최초 감염자가 병원이라는 군집 환경에서 수퍼 전파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수퍼 전파자는 유난히 바이러스 증폭이 많은 사람이거나, 한참 폐렴 증세를 세게 보일 때 접촉자들에게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다. 실제 2차 감염자 14명 중 12명이 최초 감염자가 입원한 지난달 15~17일 경기도 P 병원에서 나왔다. 또 병원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의료 설비를 여러 환자나 방문객이 공유할 수 있고,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매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특수 환경이다.

2차 감염자들은 최초 감염자와 직·간접 접촉하고 나서 주로 3~5일 후에 증세가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현재 2차 감염자가 나온 지 열흘이 넘었고, 이들 중에는 격리되지 않고 여러 사람을 밀접 접촉한 경우도 있었는데, 아직 3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메르스 바이러스의 3차 전염력은 약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일부 3차 감염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곧 지역 사회로 확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도 2차 감염자를 통한 3차 감염 의심 사례는 있으나, 그런 전염으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진 경우는 없다고 했다.

만약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 지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와 다른 변종이라면 상황이 달라져 전파력이 높을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국내 감염자의 바이러스 유전자 형태를 분석한 결과, 핵심 부분은 중동 지역 바이러스와 같았다”며 “바이러스 전체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와 봐야 변이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우선 2차 감염자가 제대로 격리 안 돼 무방비 접촉자가 양산되고, 그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사람 간 사람 전파가 쉬운 형태로 성장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염 의심 사례들을 조기 격리해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