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제나 최음제를 많이 쓴 사람으로는 단연 연산군을 첫 손으로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산군이 정력제나 최음제를 그토록 많이 복용했던 이유는 뭘까요? 평생 소원이 1만 명의 미녀와 합방을 즐겨봤으면 하는 일이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채홍사(採紅使) 혹은 채청사(採靑使)라는 관리를 두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미녀를 뽑아오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민간의 처녀이건 남의 집 아내나 첩이건 과부이건 기생, 종, 의녀, 무당, 여승이건 간에 인물이 반반한 여자는 닥치는 대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산군은 수많은 여인들과 매일같이 여러 차례 성교하다 보니 아무리 정력이 강하다고 한들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왕이 된 후로 매일같이 술자리를 마련하여 술을 마셨으니 성기능이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양기를 북돋우어 준다고 알려진 약은 닥치는 대로 먹어댔던 것이죠.

특별한 약을 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나?

조선왕조실록의 연산군일기에 전교하기를, “각사(各司)의 노복(奴僕) 가운데 어리고 총명한 자를 골라 궐문 밖에서 번을 나누어 교대로 근무시키되, 이름은 ‘회동습역소(會童習役所)’라 하고, 이전(吏典)으로 통솔하게 하되 이름은 ‘훈동관(訓童官)’이라 하여, 잠자리, 베짱이, 귀뚜라미 등 곤충을 잡아 바치게 하라” 하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먹으면 정력이 강해진다고 권했던 어의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거리에는 광주리를 든 노비나 아이들이 넘쳐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메뚜기, 여치, 두꺼비, 뱀 등도 잡아왔습니다.

잠자리(왼쪽부터), 베짱이, 메뚜기 사진.

잠자리, 베짱이, 메뚜기도 정력제로 정말 효과가 있을까?

잠자리는 양기를 강하게 하고 음경을 따뜻하게 한다고 하였고 정액이 저절로 흐르는 유정증(遺精證)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미 시간이 길고 교미한 채로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인데, 잡아서 말린 뒤에 날개와 발을 떼고 볶아서 약으로 사용했습니다. 푸른색이고 눈이 큰 것이 좋은데, 일설에는 고추잠자리가 더욱 좋다고 합니다.

베짱이는 양위(陽痿), 즉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정(精)을 보충하며 성욕을 강해지게 하고 아기를 낳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양기를 도와주고 뒷다리가 강하여 팔딱팔딱 잘 뛰기에 정력제로 효과가 있지요. 메뚜기는 민간에서 소아의 경기와 백일해, 기관지 천식 등의 치료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성질이 따뜻하기에 위장을 데워주고 비장을 건실하게 하므로 소화를 돕고 입맛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뒷다리가 발달하여 잘 뛰기에 정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회색이면서 작은 것은 약으로 쓰지 않고 크고 청색이나 황색인 것을 약으로 쓰는데, 독성이 있기 때문에 먹을 때는 반드시 기름에 튀겨 먹어야 해가 없습니다.

연산군이 가장 즐겼던 정력제는?

노루의 생식기였습니다. 노루는 사슴과에 속하여 사슴과 비슷한데, 사슴의 생식기는 녹편(鹿鞭) 혹은 녹신(鹿腎)이라고 합니다. 한의학에서 원기의 근본이자 성기능을 총괄하는 신장을 보충하고 양기를 강하게 하며 정기를 돕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발기부전에 효과가 큽니다. 또한 신장이 허약하여 허리가 아픈 신허요통(腎虛腰痛),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신허이롱(腎虛耳聾), 귀에서 소리가 나는 신허이명(腎虛耳鳴), 그리고 여성의 자궁이 냉하여 생긴 불임증 등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사슴의 뿔인 녹용(鹿茸)도 훌륭한 보약이자 탁월한 정력제가 됩니다.

그밖에도 날고기를 좋아해서 흰말고기의 육회를 즐겨 먹었고, 백마의 생식기에 생강, 대추를 넣고 푹 고은 것을 먹었다고 합니다. 또한 토종 잉어는 물론이고 민물장어와 마늘을 고아 먹었습니다. 또 특별한 용봉탕(龍鳳湯)을 먹었는데, 땅강아지, 지렁이, 파리 유충을 먹여 키운 토종 오골계와 잉어에다 오래 묵은 연밥인 석련(石蓮), 황기(黃芪)를 함께 넣어 푹 고은 것이죠. 그리고 홍어, 가오리, 광어 등도 먹었는데, 이들은 끈적끈적한 성질이기에 민물 장어와 마찬가지로 정력제로 손색이 없습니다.

사슴뿔

최음제를 먹으며 숱한 여성들과 즐긴 것이 건강에 미친 영향은?

연산군은 31세에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되었다가 두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는데,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그리 오래 살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최음제의 남용으로 성교가 과도하였기에 정기가 많이 손상되어 온갖 질병이 유발되기 때문이죠. 에 의하면 춘약(春藥 : 최음제)을 즐기는 사람은 머리에 창(瘡)이 생기고 머리가 산처럼 무겁고, 다음 날에는 청자색으로 변하고, 3일째에는 푸른 것이 상체로 와서 죽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독기(毒氣)가 심장을 공격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죠. 열성이 아주 강한 춘약은 건조한 성질이 극에 달하므로 몸속의 진액을 말려버려 열기가 상부로 올라오므로 생겨나는 증상입니다.

최음제를 함부로 먹으면 몸에 큰 해가 되므로 주의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가?

에는 “특히 나이 어린 사람과 노인은 더욱 더 육체적인 욕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나이가 마흔 살도 되지 않은 사람이 방중(房中)의 약을 복용하면 빨리 병에 걸리니 매우 신중하라. 그들은 탐욕스런 마음이 그치지 않는데다 약으로 힘을 두 배나 키워 방사를 일삼기 때문에 반 년도 되지 않아 정수(精髓)가 고갈되어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의 ‘색욕잠(色慾箴)’에는 “암둔한 사람은 정욕이 통하는 대로 성생활을 하고서도 욕심을 더 채워보려고 성질이 건조하고 독이 있는 약을 보약으로 자주 먹는다. 혈기가 얼마나 되기에 스스로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음양 관계에서 생긴 몸이 음양 관계에 의해서 해를 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음양 관계란 남녀관계를 말합니다. 성생활은 너무 부족하지도 과도하지도 않게 체력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