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최고법원에 상고(上告)하는 사건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에선 늘어나는 상고심 사건을 막고 최고 법원이 법률적 쟁점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부분 상고허가제나 상고심 이원제를 두고 있다. 영미법계의 대표 주자인 영국과 미국, 대륙법계의 대표인 독일과 일본 등이 모두 상고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상고심 사건이 급증하자 1891년 상고허가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뒤 대법원장에 오른 윌리엄 태프트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정의를 세우는 데는 두 번의 재판이면 충분하다. 세 번째 재판은 누가 이기는가보다는 더 높은 차원의 문제가 관련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며 1925년 상고허가제를 확대 시행했고, 1988년부터는 상고허가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했다.

영국 대법원은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상고위원회에서 원칙적으로 변론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상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상고허가제가 철저히 운영돼 대부분의 사건이 2심에서 끝난다. 독일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2002년부터 상고허가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고, 형사사건은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상고심을 나눠 맡는 '상고심 이원화'로 처리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미국의 영향으로 상고허가제를 일찌감치 도입했고, 민사사건에서는 상고허가제 이외에 '상고심 이원제'도 병행하고 있다.

상고법원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며 독일 사례를 든다. 독일은 연방일반법원 판사만 128명이고, 행정과 특허 등 각 분야의 상고심을 담당하는 판사도 195명이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대법관 수는 9명이고 영국은 12명, 일본은 15명으로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최고 법원 판사를 15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