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행사에서 있었던 노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의 추도사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표는 추도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나란히 맨 앞줄에 앉아 김 대표를 비판하는 노씨의 추도사를 들었다.

문 대표는 23일 추도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한 것도 통탄스러운데 다시 노무현 이름을 앞에 두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들이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저희는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도록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분열과 갈등의 언어가 사라지도록 제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노씨의 추도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김 대표와 일부 새정치연합 비노(非盧) 의원이 물세례 등 봉변을 당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문 대표는 다만 "앞으로 당 대표를 하며 당내에서 친노·비노 등 계파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추도사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번 추도식 파문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봉하마을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문 대표는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제발 분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달라. 더 이상 고인을 욕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당 안에서만큼은 더 이상 친노·비노로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노무현 이름을 정치 마케팅으로 팔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문 대표 본인이 친노 패권주의의 핵심에 있으면서 마치 남 일 얘기하듯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추도식에서 누구(문 대표)는 박수 갈채를 받고, 누구(김한길 의원 등)는 욕지거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우리 당에 친노·비노가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