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은 야당의 본격적 노선 투쟁을 예고하는 동시에 친노(親盧)·비노(非盧) 간 갈등을 증폭시켰다. 야당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면서 여야 관계도 함께 험난해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42)씨는 집권당 대표로 추도식에 처음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 했다"고 말했다. 건호씨는 이어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의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권력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키고,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 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한다"면서 "국가의 기본 질서를 흔든다"고 했다. 야당 일부 정치인과 '원조(元祖) 친노' 지지자들은 "이것이 바로 노무현 정신"이라며 환호했다. 이해찬 의원과 노사모로 활동했던 문성근·명계남씨 등 원조 친노들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선명하게 여당과 맞붙겠다는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추도식 직후 "이제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놓아 드리자"고 했지만 별도의 유감 표명을 하지는 않았다. 추도식 이후 장외(場外) 친노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난 2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 정당' '안보 정당' 등 중도노선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치'도 난관에 부딪혔다. '친노'를 '친문(親文)'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친노·비노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건호씨 연설과 추도식에서의 비노 인사들에 대한 야유와 욕설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김한길 의원에게는 "쓰레기",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는 "배신자"라는 비난과 물병이 날아들었다. 김 의원은 24일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서야 되겠느냐"고 했고, 야당의 중진 의원은 "'이제는 정말 끝으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가 있는 봉하마을 사저에서도 야당의 전·현직 정치인들 사이에 욕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 측에서는 "이게 다 문재인 대표, 이해찬 의원과의 교감 속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날 당 혁신위원장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임명했다. 문 대표는 비노계에서 추천한 김 전 교육감을 통해 공천 개혁과 계파 문제를 쇄신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봉하마을 쇼크' 이후 야당 내에서는 "이런 불신(不信) 속에 제대로 쇄신이 되겠느냐"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