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청년연합'과 '국민행동본부청년위원회'라는 단체가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을 맡은 대법원 2부 이상훈·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을 직무 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들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20개월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며 "대법관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에게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비용 명목으로 미화 32만7500달러와 현금 4억8000만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 등 총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에서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전면 번복했고,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2013년 9월 "한씨 진술이 번복되기는 했지만 한 전 총리 동생이 한씨가 발행한 1억원짜리 수표를 사용한 점 등 여러 증거에 비춰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소 후 4년 10개월, 2심 판결이 난 지 18개월이 지나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검토할 사항이 많아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경제 범죄와 달리 법리적으로 복잡한 쟁점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재판이 늦어지면서 대법원이 뭔가 속사정 때문에 야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등 억측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한 전 총리는 4년 임기 중 이미 3년을 마쳤다. 만약 한 전 총리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진작에 박탈됐어야 할 사람이 재판 지연으로 임기를 다 채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대법관들이 재판을 질질 끈다고 고발당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법관은 법과 증거에 따라 판결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을 서둘러 시중의 억측을 스스로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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