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도입 전, 기초연금은 검토 여유 없는 상황"
연금 전문가 부족, 공적연금 제도 전체 이해한 관계자 드물어
"국민연금 조기 실시한 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주장도

“여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을 명기하지 못하겠다면 우리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 강화라는 실질적 내용을 얻어내면 된다”

연금 개혁을 두고 새누리당과 씨름하던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내놓은 출구 전략이다. 기초연금이란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소득과 재산이 적은 70% 노인에게 매달 일정액(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 도입됐다.

노인 빈곤율 48.1%를 기록하는 지금, 기초연금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던 1986년부터 기초연금도 함께 도입된 것은 아니다. 왜 기초연금은 처음부터 국민연금과 함께 도입될 수 없었던 걸까.

먼저 가장 큰 틀인 국민연금조차 도입되기 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연금 전문가도 부족했다. 관련 논문조차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연금 제도에 정통한 학자, 관료, 정치인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 같은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 국민연금을 실시하는 것도 힘든 요구인데, 그 와중에 사각지대 해소까지 고민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연금 도입 당시 기초연금 논의할 여유 부족했다”

1985년 국민연금법 제도 검토 당시, 이웃 나라 일본은 기초연금과 소득 비례 연금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후생연금을 개혁했다. 일본의 신(新) 후생연금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모델 격이다.

국민연금법을 주도했던 민재성 KDI 연구위원 등은 일본의 신 후생연금처럼 세계 주요국의 연금법제 동향에 대해 검토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연금과 동시에 기초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민 위원은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공적연금의 가장 큰 틀인 국민연금조차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기초연금 도입까지 검토할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당시 기초연금과 유사한 부분이 1973년에 논의된 ‘국민복지연금법’에 규정돼 있었다. 민 위원은 “기초연금은 가입 기간 비례 방식으로 돼 있어 경제활동 기간이 짧은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제도”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기류에 따라 민 위원과 보건사회부 등은 기초연금을 뺀 채로 1973년 국민복지연금법을 수정 보완하기로 결정했다.

◆연금 전문가도 부족한 상황…“국민연금을 조기 실시한 것만으로도 훌륭”

연금 전문가가 부족했던 당시 상황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도입을 더욱 가로막았다. 연금 제도의 큰 흐름에 대해 정통한 관계자는 극히 드물었다. 연금 제도를 다루고 있는 학술 논문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가 집단인 관료가 이렇다 보니 정치인 중에서도 연금 문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지닌 이는 매우 드물었다. 관료들과 정치권이 연금 제도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헤매자, 연금제도 간 형평성을 확립하기 위한 대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이 같은 열악한 지적 풍토에서 1986년 국민연금법을 도출해 낸 것은 ‘칭찬할 일’이란 시각도 있다. 기초연금 등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국민연금 조기실시란 목표를 달성한 것은 훌륭하다는 평가다.

연금공단 측은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 제도 손질 중 사각지대 해소까지 고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며 “또 제도의 단계적 발전을 전제로 할 때 기초연금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과도한 요구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