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육군 수사관이 생활관에 찾아와 ‘총기 난사 예비군이 총 쏠 때 웃고 있었다고 누가 언론에 퍼뜨렸느냐’고 조사해요. 불려간 목격자들은 수십분 째 오지 않고 있어요.”

지난 13일 밤 10시. 이날 오전 발생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고와 관련해 오후 4시부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본지에 증언한 사고 목격자 예비군 A씨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긴급 메시지가 기자에게 날아왔다.

A씨는 육군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브리핑을 하기 3시간 전 사고 내용을 상세하게 증언했다. A씨는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 최모씨가 사격 전 "나는 1사로에 서야 사격이 잘된다"고 조교에게 말한 뒤 1사로에 섰다 ▷사건 당시 최씨의 바로 옆에서 부사수를 한 예비군 B씨가 "최씨가 총구를 돌릴 때 총구보다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분명 웃고 있었다"는 내용 등을 본지에 제보한 이다. 그는 "육군이 언론에 흘린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육군은 이번 총기 난사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예비군들을 생활관에서 대기시키며 ‘증언자 색출 작전’을 벌인 셈이다. 실제로 A씨는 “통제된 상황 속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불려다닐 때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육군의 이 같은 조치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육군은 무엇보다 끔찍한 사건 현장을 목격한 예비군들이 안정을 취하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는데 주력했어야 했다. “어떠한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발표는 그래서 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포로 가득찼을 사건 현장에서 빠져나온 예비군들에게 "누가 언론에 알렸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는 사건 실체 파악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더러, 가뜩이나 충격과 불안을 느낀 예비군들의 불안감만 더 자극하는 조치였을 뿐이다.

육군이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있다. 육군은 사건 발생일 오후 3시 1차 브리핑을 열고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사격장에 모두 6개의 사로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불과 몇시간 뒤 “사건 현장에 20개의 사로가 있었다”고 수정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4시간 동안 육군이 사건 현장의 사로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장 통제관 3명과 조교 6명이 사고가 터지자 모두 현장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14일 중수단 발표는 충격적이다. "언론에 누가 알렸는가"같은 의심이나 캐려 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군 기강 관리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