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 불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 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사들과의 수 차례 회담에서 김정은의 참석을 확인받았다"며 "형식적 절차를 논의 중이며 조율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결국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만약 김정은의 방러가 성사됐다면 김정은으로서는 2011년 집권 이후 첫 해외 공식 방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 정상들과도 조우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가능성 때문에 우리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러를 고민하다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특사로 파견키로 했었다.

국가정보원은 13일 현영철의 처형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의 방러 불발과 현영철 처형과의 연관성과 관련,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영철은 지난달 13일 북한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했다. 당시 현영철의 방러 목적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4차 국제안보회의 참석이었지만, 김정은의 방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방문이었단 관측이 나왔었다.

앞서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방러 불발과 관련,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게 잘 안 된 것 같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분명하게 사전에 뭔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 봉황(鳳凰)위성TV는 지난 2일 러시아 특파원발(發) 보도에서 러시아 군사 전문가를 인용, 현영철이 지난달 1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측에 S-300 4개 포대 구매를 제안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S-300은 러시아가 구(舊) 소련 시절 개발해 줄곧 개량해온 전투기 및 크루즈 미사일 격추용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시스템이다.

이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의 물물교환 방식의 미사일 구매 요청에 러시아는 현금 거래를 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S-300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어 중국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또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방러 취소는 북한의 무기와 차관 요구에 러시아가 적극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과 큰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봉황위성TV는 전했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영철이 지난달 러시아 방문에서 김정은의 방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과 무기 구매 등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데다 김정은의 정책에 수 차례 반대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처형당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정원은 현영철의 처형 이유로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김정은 지시 수차례 불이행 및 태만 ▲김정은이 주재한 훈련일꾼대회에서 조는 불충스런 모습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