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심포지엄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들은 "세월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은 이 문제가 정치화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여러 정치 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 쟁점화하는 식으로 이용하면서 정작 참사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합리적 대안에 대한 고민은 도외시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는 제목의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세월호 참사의 정치화 과정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사회적 충격과 파장이 전례 없이 컸고 곧이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가 열리면서 급속히 정치화됐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사고 발생과 구조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정부와 해경이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다이빙벨, 에어포켓, 대통령의 사고 인지 시점 등에 대한 음모론이 퍼져 나간 것이 참사의 정치화를 부추긴 중요한 사회 심리적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도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 밑에 1년째 있고, 건너편에는 이에 항의하는 보수 단체들이 텐트를 치고 대치하는 모습이 세월호가 얼마나 정치화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폐쇄되고 독점화된 정당정치가 이를 해결하기보다 더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후 두 번의 선거를 분석해봤는데, 세월호가 정치화되었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기존 성향이 바뀌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각 정파가 세월호를 정치 이슈화해 이득을 보려 했지만, 유권자들은 보수·진보가 아닌 국가 전체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세월호의 '탈정치화'를 위해 정치권의 초당적 대처와 정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미국 사상 최악의 폭풍 재난으로 불리는 '카트리나 사태'를 예로 들며 "미국 의회는 초당적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재난의 정치화를 막았고, 재난 대책법을 제정해 미국의 재난 대처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했다"고 했다.

강원택 교수는 "송전탑 문제든 진주의료원 사태든 모든 사건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게 우리 정치의 특성"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정치를 분권화하고, 독점·폐쇄된 정당정치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사고 후 시민사회가 오히려 급속도로 정치화되고 과열되면서 세월호의 정치화를 촉발시킨 시발점이 됐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