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최고위원회의가 8일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 축하와 어버이날을 맞아 어버이 은혜를 되새기는 발언 등으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문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에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처음 참석했다”며 “관록의 4선 의원이고 원내 대표부 경험도 풍부하신 분이어서 아주 든든하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 공경을 위한 날이다”라며 “노후 소득 보장에 책임 있게 나서겠다. 어르신께 효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과 손발 맞춰 당 튼튼하게 뒷받침하겠다”면서 “당내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 우리도 분열하면 이기는 정당을 만들 수 없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포문을 연 사람은 이번 4·29 재·보선 패배 책임을 물어 문재인 대표에게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했던 주 최고위원이었다. 당초 이번 주엔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던 주 최고위원은 이날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축하한 뒤 “저도 이런 말씀 자주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제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당내 문화, 패권주의를 타파해야 하는가의 문제”라며 말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왼쪽)과 문재인 대표

주 최고위원은 또 “저는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며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도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것도 불공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청래 최고위원은 “공개, 공정, 공평 다 좋은데, (주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면서 “(당이) 단결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주 최고위원이 “잠깐”이라며 나섰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치욕적”이라며 “‘사퇴는 안 할 거면서 사퇴할 거라고 공갈쳤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주 최고위원은 “지금까지 제 발언에 대해서 (정 최고위원이) 사사건건 SNS를 통해서 비판해왔지만 참았다. ’주승용 의원의 말 틀렸다’가 아니라 저 같으면 ’의견이 다르다’라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그런 식으로 당원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최고위원은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 공개석상에서 말했으니 저도 공개석상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문 대표가 회의장을 나서는 주 최고위원을 붙잡았으나 주 최고위원은 뿌리치고 나갔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주 최고위원을 따라 나갔고, 문 대표도 뒤를 이었다. 당 지도부는 공개석상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버이날 민망한 자리되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지도부니까 갈등을 성숙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우리를 신뢰할 것 아니겠나”라며 “지금의 이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회의장에 다시 돌아와 “지금은 우리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에서는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지금까지 당 운영 있어서 당의 단합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고쳐나갈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 단합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회의를 마무리한 뒤 곧장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를 마친 뒤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제가 옳지 못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자유”라며 “사과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

그런데 이 와중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노래를 불렀다. 유 최고위원은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르신들께) 노래 한 자락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며 ‘봄날은 간다’는 노래를 불렀다. 유 최고위원은 이어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따님까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평생 일만 해오던 분들”이라며 “박근혜 후보 시절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준다고 했는데 국가재정 탓하며 못 준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회의를 참관했던 당 관계자는 “어버이날이고 기초연금 얘기는 알겠는데, 오늘 같은 분위기에서 노래는 좀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