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양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런데 이 제조업이 중국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추격은 위협적이다. 중국은 2013년 10월 중국공정원의 저우지 원장이 '2020년 제조강국전략'을 선포하고,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2025년까지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이 2020년경 우리를 제치고 제조강국이 된다면 현재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위기가 우리 앞에 도래할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최근 '제조업 혁신 3.0' 정책을 추진하고, 제조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이에 대처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2017년까지 24조원의 스마트 혁신 투자를 통해 전국적으로 1만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보급·확산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신산업 창출과 융·복합산업의 활성화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우리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 대책들은 중국이 올 3월에 발표한 '제조강국 2025' 전략과 유사하다. 스마트 팩토리 추진 계획은 2013년 독일이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유지 전략으로 제시한 '인더스트리 4.0'의 복사판이다. 우리의 제조업을 독일과 비교하는 것은 과도하다. 독일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충실한 산학협동과 공학기술 교육훈련 시스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위기의 대책은 철저하게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혁신도는 2013년도 기준 38.3%로 독일의 83%, 일본의 50.4%에 많이 못 미친다. 혁신도가 부족한 이유는 혁신 능력의 부족, 정보 소통의 부재, 산업계와 학계의 소원함, 완벽치 못한 공학기술 교육훈련 시스템, 제조업에 대한 낮은 국민적 인식 등에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산업계, 학계, 정부 간의 활발한 토의가 있어야 한다. 생산제조기술의 발전에 종사하고 있는 산학연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은 반드시 필요하다.

2020년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선진국의 정책을 무조건 답습하는 두루뭉술한 대책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