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여야 간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로 향후 70년간 약 333조원의 재정 부담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공무원연금의 첫 수령 연령이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고, 물가 인상률에 맞춰 올라갔던 공무원연금 지급액도 2020년까지 5년간 동결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연금개혁에도, 70년간 매년 5조~10조원의 적자를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할 것으로 보여 근본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향후 5년 동안 기여율(월급에서 연금으로 내는 돈의 비율)을 30% 더 높이고, 지급률(연금으로 받는 돈의 크기)을 20년간 단계적으로 10% 줄여 재정 부담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현행 기준 월급의 7.0%인 기여율은 2016년 8%로 올린 뒤 매년 0.25%씩 단계적으로 높여 2020년 9.0%로 만들기로 했다. 반면 지급률은 현재 1.9%에서 2020년 1.79%, 2025년 1.74%, 2035년 1.7%로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합의문 든 與野 지도부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인사혁신처는 이번 합의안이 지난해 10월에 냈던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보다 재정 부담이 24조원 더 절감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2016년 이전 임용자는 기여율 7~10%, 지급률 1.25%로, 이후 임용자는 각각 4.5%(기여율)와 1%(지급률)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 대두했던 '기여율 10%, 지급률 1.65%'의 '김용하 교수안'(394조원 절감)보다는 후퇴했지만 공무원 단체 최종안인 '9.0%(기여율), 1.75%(지급률)'보다는 나아졌다는 게 정부의 자체 평가다. 합의안은 공무원 단체가 협상 과정에서 제시했던 최종안보다 48조원 더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발생한 수백조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연금개혁을 통해 2030년까지 정부가 투입해야 할 적자보전금은 72조원으로, 기존 133조원보다 46%가량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간 5조원의 적자보전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2085년까지 70년간 투입해야 할 적자보전금도 1238조원에서 741조원으로 줄긴 했지만, 매년 10조원 이상 적자가 난다.

이 때문에 이번 개혁이 '적자 증가와 보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미완의 개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기존에 쌓였던 적자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발생할 적자를 많이 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국민연금과 보조를 맞췄다고 했다. 기존 공무원연금 제도에서는 2010년 이전 임용자의 경우 60세 이상에게, 2010년 이후는 65세 이상에게 연금을 지급했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연금 지급 시작 연령을 단계적으로 연장해 2033년부터는 국민연금과 같이 65세 이상으로 조정했다. 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연금 수급액이 더 줄어드는 소득재분배 기능도 이번에 도입했다. 공무원 연금을 받던 사람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나 정부 출연기관에 재취업할 경우엔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또 매년 물가인상률에 따라 조정해온 연금액도 2016~2020년까지 5년 동안 동결된다. 공무원연금을 내는 기간도 현행 최대 33년에서 36년으로 3년 연장된다. 반면 공무원 연금을 받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최소 기간은 현행 20년에서 10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편, 이번 개혁안에는 연금 수급자가 결혼해서 5년 이상 살다 이혼할 경우 해당 기간 연금액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분할 연금 제도가 새로 포함됐다. 또 공무상 장애뿐 아니라 비공무상 장애로 퇴직하는 경우에도 연금이 지급된다. 유족연금의 경우 기존에는 2010년 이전 임용자는 70%,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0%를 받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모두 60%로 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