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 대책 당정(黨政) 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을 호되게 비판했다. 최근 '신밀월 관계'라 불릴 정도로 미·일 협력이 강화되는 등 동북아 질서가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윤 장관은 "과도한 해석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양측 간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금 4강 외교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계신다"며 "최근 미·일 정상회담이나 중·일 정상회담, 계속 악화되기만 하는 한·일 관계, 한·미 관계는 이상이 없는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주변 강국들이 국익과 실리 차원의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기존 외교·안보 질서가 요동치는데, 우리 정부만 이리저리 저울질하다 외교적 고립에 처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4·29 재·보선에서 승리한 지 이틀 만에 여당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윤 장관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외교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시각은 동북아 양자 관계 발전과 중국과의 건설적인 관계 추구, 한·미·일 3각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 등을 볼 때 과도한 해석"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 약화 우려에 대해선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은 상호 보완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로섬 시각에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한·미 관계는 이번 정부 출범 이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방위비 분담 협상, 원자력협정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외통위·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윤 장관 발언에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겉으론 '모호한 외교'를 한다지만 내부적으론 어떤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이런 식이면 당정 회의가 왜 필요한 거냐"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외교 문제는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내가 미국 국무장관과 몇 시간씩 통화를 하는 관계다. 한·미 관계는 굳건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측의 한 참석자는 "우리는 국민의 우려를 전하는데, 외교부는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다"며 "당정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였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답답하다"며 중간에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앞으론 외교 문제를 정부에만 맡겨놓지 않고 당정 회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오늘 회의로 끝난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