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간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의 마지막 쟁점은 '개혁에 따라 절감되는 308조원의 재원(財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양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 함께 만나 최종 담판을 벌이는 것도 이 문제가 핵심이다.

지난 3월 27일 여야의 공무원연금 관련 중간 합의문 작성 때부터, 새정치연합과 공무원 노조는 '공적 연금 기능 강화'를 강조해 왔다. 당시 합의문에는 "공무원 연금을 논의할 실무 기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단일 합의안을 반드시 도출하여 국민들에게 제시하기로 한다"며 "이 단일 합의안 내용에는 공적 연금 기능 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및 운영 방안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는 공무원 노조가 연금 개혁 논의에 참여하는 명분으로 내건 것이었다. 연금 개혁 실무 기구 관계자는 "공무원 노조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면서 '우리 연금을 깎을 게 아니라 국민연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 같은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강구된 방안이 '절감된 공무원연금의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투입'이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 입장을 대변해온 야당도 이 주장을 계속했다.

새누리당은 당초에는 이 방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공무원연금 제도가) 이대로 가면 재정 파탄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개혁을) 하는 건데, 야당은 거기서 얻어지는 재원을 갖고 또 다른 곳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것은 개혁이 아니고 국민을 속이고 눈가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측에서 이날 "절감액의 50%를 공적 연금에 쓴다고 보장해야 합의할 수 있다"고 하자, 청와대에선 한때 "그럴 거면 합의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여당에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당 내에선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집토끼를 더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공무원연금 문제와 관련해 오히려 더 강경 기조로 흐르는 분위기가 있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문 대표를 만나 '실무 기구에서 단일안이 나오더라도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서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협상파' 성향의 야당 지도부도 "절감된 재정을 공적 연금에 투입하는 부분은 우리도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표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공무원이 조금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대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되는 재정의 일부를 (공적 연금 강화에) 투입해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연금 개혁을 통한 잉여(剩餘) 재원의 공적 연금 투입' 방침 고수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자 여당 지도부는 결국 이날 오후 늦게 "일부 후퇴하더라도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야당 주장 일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협상 관계자는 "20% 선을 재투입하는 수준에서 여야 절충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은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완전한 개혁이 되지 않았다고 판을 아예 깨느냐, 아니면 미완(未完)의 개혁이라도 일단 진일보하느냐에서 후자(後者)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