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여자 골프의 비약적인 성장은 오로지 골프만 생각하는 선수들의 열정과 함께 탄탄한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대한골프협회(회장 허광수)는 한 해 예산 50억원 중 20%가량인 10억원을 주니어 육성에 투자한다. 매년 남녀 각 27명(주니어상비군 포함)의 국가대표·상비군을 뽑아 합숙 훈련을 진행하고, 국제대회에 내보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한국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1979년 처음 골프 국가대표팀을 만들었다. 이후 최나연, 김세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대표팀에서 실력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문 트레이너의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비디오 스윙 분석, 멘털 강화를 위한 심리 상담 등 과학적 훈련이 속속 도입됐다. 골프 대표팀은 2012년부터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전용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국가대표·상비군 선수에겐 레슨과 함께 그린피 혜택도 제공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상의 훈련 조건이다.

주니어 골퍼들의 다리는 하얀 발과 달리 발목 윗부분은 햇볕에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 때문에 프로가 되기 전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의 최고 목표는 국가대표·상비군에 뽑히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우선 30대1에 이르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국가대표 선발 포인트가 걸린 아마추어대회가 한 해 호심배·송암배 등 9개인데 꾸준히 최소 5위 안에 들어야 태극마크를 딸 수 있다. 주니어 무대에선 선수 간 실력차가 작은 걸 감안하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매 대회 톱 10을 기록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 여자 골프의 선전 배경에 세계 최고의 주니어 육성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웃 중국과 대만,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골프장 등 훈련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엘리트 선수를 위한 투자만큼은 최고"라며 "집중 투자와 육성의 결과가 한국 여자 골프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경쟁력은 공격적인 코스 공략에서도 나온다. 어려서부터 긴 코스에서 단련이 된 덕분이다. 대구CC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인 송암배의 경우 주니어 여자부 코스가 2005년 5882m에서 지난해 6082m로 200m나 늘어났다.

이성재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은 "한국 선수들이 주니어 시절부터 유럽이나 미국보다 평균 50m 이상 긴 전장의 클럽에서 훈련하다 보니 코스가 긴 미국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