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녀병은 궁녀나 의녀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양반집 여인은 물론이고 황태자비에게도 있었습니다. 순종황제의 세자 시절에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중에 들어와 황태자비가 되었던 민씨(뒤에 순명효황후로 추존)는 생과부 신세타령으로 매일 거울이랑 가구들을 내던지곤 했다고 합니다. 순종이 성기능장애였기 때문인데, 당시 민씨 척족의 대표였던 민영소는 허구 헌 날 새 것으로 한 벌씩 바쳤다고 합니다.

순명효황후 민씨가 제27대 순종과 순정효황후 윤씨와 함께 묻힌 유릉.

외로운 궁녀끼리의 동성애

궁녀들 사이에 사랑의 행위가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동성애를 ‘대식(對食)’이라고 하였는데, 정상적인 성행위를 할 수 없었기에 마주보며 밥 먹는 관계라는 뜻이죠. 심지어 문종 임금의 세자 시절에 두 번째 세자빈이었던 봉씨도 대식을 했었습니다. 워낙 미모가 빼어난 규수였으나 문종의 관심은 새로 맞아들인 후궁들에게 있었기에 독수공방(獨守空房)으로 밤이 외로웠던 봉씨는 금단의 사랑을 택했던 것이죠. 봉씨와 궁녀 소쌍의 동성애는 들통이 났고, 세종 임금은 조사를 벌여 사실을 확인하고는 폐서인으로 만들어 내쫒고 말았습니다.

드라마 에 나왔던 실녀병의 진단과 치료

예전에 방영되었던 국민드라마 에서 의녀(醫女) ‘홍춘’이 앓았던 병을 기억하십니까? 홍춘이 병이 들었는데, 열이 올랐다가 추웠다가 했지요. 내의원 의원이 ‘학질(瘧疾)’이라고 진단하여 처방해준 한약을 복용했지만 낫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허준 선생이 직접 진찰하였는데, 무슨 병이냐고 물으니 실녀병이라고 하였죠. 그래서 처방을 내려주십시오 했더니, 혼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늘 ‘홍춘이’하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약방의 오근이 아저씨와 혼인하게 되었던 겁니다.

혼인하는 것이 왜 실녀병의 처방이 되었을까요? 동의보감에 ‘억음지황환(抑陰地黃丸), 시호억간탕(柴胡抑肝湯)’ 등의 한약처방이 나오는데, 음기를 억누르거나 혹은 생식기계통으로 흐르는 간장 경락의 기를 억제하는 작용을 나타냅니다. 약물로는 일시적인 효과를 줄 뿐이고 혼인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가 되기 때문이죠. 여성은 음(陰)이고, 남성은 양(陽)인데, 실녀병은 여성만 있고 남성이 없는 ‘독음무양(獨陰無陽)’ 상태여서 음양의 조화가 깨어져 생겨난 병이므로 음양의 화합이 이루어지면 그 증상이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의 조정 대신들이나 지방의 사또들은 노총각, 노처녀를 결혼시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던 겁니다.

남성들에게도 실녀병과 비슷한 질병이 있을까?

한의서에 ‘실남병(室男病)’이라는 병명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결혼을 늦게 하는 추세라 노총각이 많은데다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지내는 독신 남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독신 남성은 ‘독양무음(獨陽無陰)’ 상태이므로 당연히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아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요. 남성에서 갱년기장애는 여성에 비해 많지 않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데, 마찬가지로 실남병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밖에도 성생활을 별로 하지 않아서 생기기 쉬운 병이 있습니다. 노총각에게 흔히 생기는 만성 전립선염은 성욕은 많지만 해결하지를 못하거나 혹은 성생활을 오랫동안 쉬어버린 것이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40대 후반이나 50대 남성에게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는 원인에도 성생활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들어갑니다. 이만하면 건강, 장수에 적당한 성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