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완구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정치 분야)에 출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퇴하라"고 하는 등 이 총리를 몰아붙였고, 이 총리는 "단돈 1만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은 "이 총리가 인사청문회 당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성 전 회장이 조직한) 충청포럼에 도움을 요청했고, 충청포럼이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이 총리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충청 지역에 수천 장 내걸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충청포럼은 2000년에 성 전 회장이 주도해 만든 충청 지역 인사들 모임이다. 현수막에는 '충청 총리 낙마하면 다음 총선 대선 두고 보자'라는 내용이 쓰였고, 바르게살기운동·새마을협의회 등 단체 이름으로 제작돼 5000장(장당 7만원)이 충남 지역에 걸렸다고 했다.

곤혹 - 이완구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 후 자리에 돌아와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홍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중심이 돼서 (현수막 걸기를) 했다고 한다"며 "총리 인준을 위해 (성 전 회장이) 노력한 것 전혀 몰랐나"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저는 충청포럼과 전화한 적이 없고 성 전 회장과도 연락한 적이 없다. 필요하다면 제 휴대폰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 총리는 앞서도 자신은 충청포럼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이어 새정치연합 박완주 의원이 같은 질의를 이어가자 이 총리는 "수사를 해야겠다"며 "의원님께서 밝혀달라. 검찰에 고발을 해주시든가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수막 논란'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게 됐다.

또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총리는 법무장관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수사를 지휘·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정수석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은 그 직에서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총리는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검찰에서 소환 요청을 한다면 응하겠다"고 답했다.

2013년 말 세종시 공사현장 함께 방문 - 새정치연합은 13일 이완구(오른쪽) 국무총리와 성완종(왼쪽) 전 경남기업 회장이 가까웠다며 관련 보도 사진들을 공개했다. 그중 하나인 이 사진은 지난 2013년 12월 3일 두 사람을 포함한 새누리당 세종시특위 위원들이 세종시 2단계 정부청사 공사 현장을 방문했던 당시 모습.

이 총리는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이분(성 전 회장)의 행적으로 볼 때 대단히 많은 분, 정치인과 교류가 있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 결정해 주시면 특검도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답변 과정에서 지난달 22일 경남기업 압수 수색과 관련해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차례 구명(救命) 전화를 받고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여러 가지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며 "총리라는 자리가 개별 사건은 알지 못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국정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억울한 점이 있으면 검찰에 가서 상세히 밝히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총리가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 등 성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에게 15차례 전화를 걸어 생전의 성 전 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물은 경위도 따졌다. 이 총리는 "(저와도) 친분이 있으니 어떤 말씀이 오갔는지 확인차 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압이나 증거 인멸 시도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 질의가 이어지자 "아무리 개인적 친분이 있더라도 총리로서 (행동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아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도 이 총리에 대해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질의 도중 "이완구 총리님은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아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