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메모'가 지난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 자금 문제로 향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9일 자살하기 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의원인) 홍문종 본부장(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했다. 그는 "대선 자금 장부에 회계 처리가 된 돈이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라며 "이 사람도 (이 돈을) 대통령 선거에 썼지, (원래 재산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왼쪽부터)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성 전 회장의 옷에서 나온 메모에도 인터뷰 내용처럼 '홍문종 2억'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이 메모에 홍 의원뿐 아니라 유정복 인천시장의 이름과 함께 '3억', 서병수 부산시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부산시장 2억'이라고 적힌 점도 주목을 받는다. 이 3명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이른바 '3대 조직책'이었다. 홍 의원과 유 시장은 당 중앙선대위에서 각각 조직총괄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서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정치권에선 "조만간 성 전 회장이 유·서 시장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한 시점이 '2012년 대선 때'라는 인터뷰가 추가로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의 자살 직전 전화 인터뷰 내용을 하루에 조금씩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 시장은 지난 19대 총선 직후인 2012년 5월부터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출범 때까지 당의 조직과 자금 등 전반적인 당 운영을 총괄한 사무총장이었다. 원래 사무총장이 대선 때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겸하는 게 관례지만, 이를 김무성 대표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았다. 이 자리는 여전히 당 선거 조직의 공식적인 자금을 총괄하는 직책이었다.

홍 의원과 유 시장은 지난 2012년 7월 발족한 박근혜 경선 캠프 때 조직본부장과 직능본부장에 각각 임명된 데 이어, 대선 본선 때 출범한 중앙 선대위에서도 이를 그대로 맡았다. 조직총괄본부는 시·도별 당 조직과 외곽 조직을 관리하고, 직능총괄본부는 직능·사회단체 등을 찾아다니면서 직역별 지지층을 조직화하는 역할이다. "특성상 돈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때 특히 조직총괄본부와 직능총괄본부는 마치 경쟁하듯이 세(勢) 과시를 했었다"며 "이 때문에 두 본부의 활동이 겹친다는 지적이 당시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홍문종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성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대선 때 자신에게 2억원을 줬다는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해당) 기사는 황당무계한 소설이다.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대선 때 홍 의원과) 함께 일하며 사무실에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성 전 회장은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유정복 시장과 서병수 시장도 지난 10일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발견된 이른바 '성완종 메모'의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때 "성 전 회장에게 돈 받은 적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각각 반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