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매매여성들과 함께 시위를 하고 있는 마티아스 레만(맨 오른쪽 팻말 들고 있는 사람)씨.

‘성매매특별법’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성매매폐지'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선 10여명의 성매매여성들 사이로 키 큰 백인 남성이 끼어들었다. ‘헌법재판관님,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할 시간이 됐습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성매매여성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띈 그는 독일 출신 연구원 겸 인권운동가 마티아스 레만(42·Matthias Lehmann). 그는 “공개변론에서 성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같이 나왔고, 이 여성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성매매금지법이 성노동자들의 인권 신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2011년부터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성매매특별법, 인신매매 방지법 등이 어떻게 성매매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때부터 영등포, 대구, 천안 등의 집창촌 여성들과 연구 목적으로 만나고 같이 법 폐지 운동을 하면서 연락하고 지내게 됐다고 했다.

런던 소아즈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그는 고려대에 교환학생으로 오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서 국제정치 석사학위를 땄다고 한다. 당시 논문 주제도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은 북아일랜드 밸파스트에 있는 퀸스대 밸파스트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성매매를 위해 강제로 이뤄지는 ‘sex trafficking(성 인신매매)’과 ‘sex work(성노동)’는 다르다”며 “전자는 범죄이고 후자는 직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늘 우울해 있거나 그러는건 아니다. 이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친구들이고,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동등하게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만든 인신매매법은 오히려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며 “한국의 성매매법도 그렇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