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배상금으로 독일 정부에 2787억유로(약 330조원)를 요구하자, 독일 정부가 "어리석다"는 표현을 쓰며 이를 거부했다.

독일 연방정부 2인자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7일(현지 시각) 그리스의 나치 배상금 요구에 대해 "솔직히 어리석은 소리(dumb)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나치는 1941~1944년 그리스를 점령하며 민간인을 학살하고 사회간접시설을 파괴했다. 당시 굶거나 병들어 죽은 민간인도 25만명에 달한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그리스 재무차관은 6일 그리스 의회에서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치러야 할 전쟁 배상금은 2787억유로"라며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산정한 배상금 액수를 공개했다.

나치가 1942~1944년 그리스 중앙은행에서 차관 명목으로 무이자로 빌려간 4억7600만라이히스마르크(103억유로)를 포함해 그리스 정부가 산정한 나치의 잔학 행위 및 인프라 시설 피해 보상액 등을 합친 금액이다.

이는 현재 유럽채권단이 그리스에 빌려준 구제금융 총액(2460억유로·291조원)보다 많다.

그리스는 최근 극심한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최대 채권국인 독일로부터 상환 독촉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좌파 성향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을 제압하겠다"며 집권에 성공해, 독일에 "전쟁 배상금부터 내놓으라"고 주장해왔다.

독일은 즉시 반박에 나섰다.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그리스가 구제 금융과 전쟁 배상금이라는 전혀 관계 없는 문제를 연결짓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그리스의 재정 안정화를 단 1㎜도 진전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1960년까지 그리스와 나치 범죄 희생자 보상 협정을 맺고 배상금 1억1500만마르크를 제공했으며, 1990년 승전국과 '독일 문제 최종 종결을 위한 협정(2+4 협정)'을 통해 배상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독일이 2+4협정에서 피해 보상 국가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지 않았고, 구체적인 보상 계산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