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영 세한아카데미 대표

2000년 초부터 매년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 미국 등 30여 개 도시를 방문하고 있다. 그때마다 학생의 능력과 비전을 중심으로 전 세계 대학에 지원하는 'Global Apply'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매년 3000~4000명의 학생과 학업 관련 대화를 나누며 자주 놀란다. 점차 학생들이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인도 델리와 첸나이, 중동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만났던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준비해야 할 과목과 활동들을 먼저 물어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커리큘럼을 이수하는 한 학생은 투자 중심의 금융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영국 대학을 고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의 중심지를 포괄하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의 홍콩대와 싱가포르 국립대, 한국의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에 동시 지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은 보편적으로 다양한 학교 지원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글로벌 인재 육성, 제대로 흘러가고 있나

이에 반해 국내 고등학생들의 상황을 보면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미래 지향적인 인재 중심 사고를 멀리한 채 수치에 따라 자신의 전공을 결정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물 수능 논란과 학생부 기재 제한 논란 등 교육이 편의적 행정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반해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영국은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 고사인 SAT 제도는 15년 만에 더욱 변별성을 높여 새로운 포맷으로 진행된다. 대학 과목 선이수 프로그램인 AP(Advanced Placement)는 리서치를 통한 학업의 깊이를 배양하는 캡스톤(Capstone) 프로그램을 더욱 많은 학생이 들을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제 학위 프로그램인 IBDP(IB Diploma Programme)도 전 세계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헬스케어, 스포츠경영 등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의 과목들을 개설해 미래 인재 양성에도 힘 쏟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 정책은 오히려 퇴보해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라 심히 우려스럽다.

세한아카데미 제공

중동으로 나가? 글로벌 인재 토양부터 재검토

1970~80년대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던 때와 현재의 인재 의미는 다르다. 2015년 현재 중동 두바이의 경우 단순 노동직이나 단순 업무는 모두 영어를 기본으로 한다. 이들은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 출신들로 월급여가 50만~60만원이다. 게다가 중국 부자들의 엄청난 소비에 맞춰 30만명 규모의 중국 인력들도 빠르게 서비스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 준비가 안 된 인재들을 보내봐야 저임금시장과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결국 귀국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말 중동으로 나갈 수 있는 진짜 글로벌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미래 지향적인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건설과 도시계획 등을 계획하고 디자인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인재 △석유를 정제해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킬 수 있는 인재 △중동 내 법률 자문을 도와주는 법률 인재 △한국 의료 기술을 세계로 홍보하고 국격을 높이는 의료 인재 등을 중동에 보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뛰어넘어 전문지식과 기술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준비가 꼭 필요하다.

세계로 나아가는 미래 지향적 인재 육성 힘써야

대학과정에서 시작하는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은 한계가 있다. 글로벌 경력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받기에 대학 과정은 너무 늦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제2의 '세계 경영'을 이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동차 제조 기술 등이 있다. 여기에 한류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세계인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이 바로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새로운 고부가가치 직업 수요를 창출해 더 많은 인재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의 구직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앞서 두바이에서 만났던 학생처럼 글로벌 안목을 가진 학생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AP·IB처럼 전공과목 선수 이수제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정책과 수능 점수가 아닌 글로벌 인재를 대거 포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검토돼야 한다. 중동이 아닌 세계로 가는 글로벌 인재, 이제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