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데뷔 타석에서 끝내기를 홈런을 치는 것을 상상해왔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던 강정호(28, 피츠버그)는 7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전에 하나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바로 MLB의 어마어마한 구속에 적응하는 것이다. 강정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7일 경기에서는 아쉽게 벤치에 대기한 강정호는 9일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릴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신시내티 원정길에서 MLB 데뷔전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강정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구속 차이에 적응하는 것을 관건으로 손꼽았다. 강정호는 “한국과 미국야구의 가장 다른 점”에 대해 구속을 첫 머리에 이야기했다.

KBO 리그에서 뛰던 당시 강정호는 빠른 공에 강했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에게 강했던 타자다. 최근 KBO 리그에서 가장 불같은 강속구를 던졌던 선수이자 지금은 팀 동료인 레다메스 리즈를 상대로 통산 타율 3할3푼3리, 2홈런을 기록했다. 2012년 6월 당시 친 홈런은 153㎞의 빠른 공을 걷어 올린 홈런이었다.

역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빠른 공을 가진 더스틴 니퍼트(두산)를 상대로는 타율 4할2푼1리, 릭 밴덴헐크(현 소프트뱅크)를 상대로는 타율 4할5푼를 기록했다. 헨리 소사(KIA-LG)에게도 4할을 쳤다. 왼손을 봐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마무리투수로 역시 빠른 공을 주무기로 했던 브래드 토마스를 상대로 3할3푼3리를 기록했다. 이처럼 강정호의 빠른 공 대처 능력은 이미 모든 이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MLB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감의 근간이기도 하다.

강정호는 시범경기 당시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홈런도 여기서 나왔다. 상대적으로 적응이 용이할 수는 있다. 결국 변화구의 구속에 적응하는 것이 숙제라고 할 만하다. 시범경기를 통해 직접 상대 투수들의 공을 확인한 강정호가 구속 적응을 최대 관건으로 뽑았을 정도면 KBO와 MLB의 수준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당장 시범경기에서는 25인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과도 적잖이 만난 강정호다. MLB 실전에 들어가면 쟁쟁한 선수들과 맞부딪혀야 한다.

이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의미와 맞닿는다. 평생 보지 못했던 빠른 공이나 변화구를 한 번에 받아치기는 힘들다. 눈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시즌 초반 관건은 최대한 많은 기회를 잡으며 서서히 MLB식에 몸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다행히 클린트 허들 감독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강정호 가치를 비교적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적응에 필요한 시간은 줄 것으로 보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시즌 초반은 강정호에게나, 팬들에게나 인내심이 필요할 시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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