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게 기업과 시장경제 강의를 하는 독일인 닐스 바이젠제가 중국 상하이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델 볼칸(Cafe del Volcan)에서 원두를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발사보다 더 위험한 북한 정권의 자본주의 실험을 돕는 30대 독일 기업가.’

독일 시사 주간지 슈테른이 1일(현지 시간) 북한 정권에 자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커피 바리스타 닐스 바이젠제(35)씨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외부와 격리돼 ‘석기시대 공산주의’를 실현 중인 북한에서 나무껍질과 곤충을 잡아 먹는 주민 실상과는 동떨어진 자본주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한 독일 청년이 이 위험한 실험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슈테른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최근 북한산(産) ‘평화자동차’ 광고가 등장하고 일제시대 항일전투에서 이름을 딴 ‘삼지연 태블릿PC’를 파는 상점, 네일숍과 고급레스토랑에 이어 스마트폰 매장도 생겨났다. 인터넷이 차단되어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앱스토어’까지 생겼으며, 무채색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유행 의상을 입는 사람도 늘어났다.

슈테른은 “이런 현상은 경제 자유화의 신호탄이며, 이 배후에는 북한의 1세대 기업가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련 교육기관의 명예 직원인 독일인 닐스 바이젠제씨는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이 많은 신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기업가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최근 고객 카드를 만들고, 24시간 영업을 하는 상점도 생겨났으며 외국에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바이젠제씨는 2년 전부터 조선교류에서 800여명의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자본주의 강의를 펼치고 있다.

바이젠제씨는 강연에서 초등학교 수준의 시장경제 원리를 가르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표가 왜 필요한 지,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계획경제에서는 필요 없었던 내용이다.

상하이에서 커피 로스팅 사업을 해 온 바이젠제씨는 어느날 직접 운영하던 카페에서 우연히 손님이 노트북 컴퓨터로 평양 카페를 살펴보는 모습을 보았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서 커피 강연을 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 설립과 관리 방법에 대해서만 강연을 하려고 했는데, 정작 북한 사람들은 강연에서 ‘장사에 성공하려면 레스토랑 벽면을 무슨 색으로 칠해야하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북한 시내에 밝은 색을 벽면에 칠한 카페들이 많아졌다”며 “북한의 김정은이 커피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영향도 크다”고 했다.

바이젠제씨는 “북한에서 공항에 갔더니 출입국 사무소 공무원이 ‘당신이 바로 커피 만드는 사람이군요’하면서 알아봤다”며 “북한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보며 실험을 하는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슈테른은 그러나 북한에서 개혁이나 경제 개방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