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신논현~종합운동장’ 구간이 지난 28일 개통됨에 따라 교통 혼잡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9호선 구간을 따라 순환 버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쉽사리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혼잡도가 250%에 달하는 9호선을 ‘지옥철’, ‘헬 게이트’ 등으로 부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대책을 발표해 이달 초부터 운행중인 급행 순환버스를 교통 혼잡이 진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무상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요금은 850원이었다. 운행노선도 가양~여의도에 더해 염창~여의도 구간을 추가 신설한다.

버스 차량도 11대를 추가 확보해 가양역 뿐 아니라 염창역에서도 출발하는 버스를 투입, 여의도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20명 이상의 출근자가 그룹을 이뤄 신청할 경우 출근 전용 전세버스 총 15대를 무료로 배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급행 순환버스 이용자들은 우선 지하철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불만이다. 예를 들어 가양∼여의도 구간의 경우, 지하철을 타면 15분만에 이동할 수 있지만 이 버스를 타면 약 30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운영 중인 8663번 버스는 한 대 당 이용객이 10~15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 출퇴근 버스는 지하철 대란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버스 노선 운영이 장기화할 경우 유료 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반발할 수 있고, 한 번 무상으로 운영된 버스를 유상으로 바꿀 때 이용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9호선의 열차는 1~8호선이 전동차 8~10량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절반 수준인 4량짜리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의 주요 지역을 순환하기 때문에 이용객 수요는 다른 노선에 비해 적지 않다. 이용객 수요는 많은데 수송 능력이 기존 지하철 절반에 불과하니 혼잡이 벌어지는 것은 뻔한 결과였다.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승강장에 승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는 애초에 9호선 이용객 수요 예측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수요 예측은 서울시와 기재부가 2000년 초반부터 수 년간에 걸쳐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자 사업으로 이뤄진 9호선 공사는 당시 민자사업의 수요 과대 포장이 문제가 되던 분위기상 수요 예측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9호선이 지나는 서울 강서구 일대 등에 대규모 주거지 개발이 이뤄지면서 실제 이용객이 예상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용객 수요 예측이 빗나갔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빠르게 증차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은 2009년 1단계 개통 이후 혼잡 문제가 불거지자 2011년 48량을 증차했다. 이는 당초 9호선 2단계 구간에 맞춰 증차하려던 계획을 앞당겨 진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증차 이후에도 차량이 부족해 혼잡은 계속됐다.

후임 박원순 시장은 2012년 취임 이후 3년 동안 한번도 증차를 하지 않았다. 혼잡도 증가에 따른 탄력적인 증차는 고사하고 2단계 개통에 맞춰 필요했던 기본적인 증차도 하지 않았다. 정부와 예산 지원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작년 말 겨우 합의에 성공했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 탓에 개통 일정에 한참 뒤쳐져 증차가 이뤄지게 됐다. 서울시는 2016년 9월 20량, 2017년 말에 50량이 추가 증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차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초에는 9호선 3단계 개통이 이뤄질 예정이라서 혼잡 완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박 시장은 시민들의 불편을 뻔히 보면서도 1년 반 넘게 증차도 없는 ‘지옥철’이 달리게 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