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태(왼쪽), 김성중.

한국 단편의 전통을 잇는 작가 전성태(46)와 전통을 깨려는 작가 김성중(40)이 나란히 2015년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신경숙)는 최근 3월 독회를 열고 전성태의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창비)과 김성중의 소설집 '국경시장'(문학동네)을 올가을 본심에 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본심 후보작은 김채원 소설집 '쪽배의 노래', 심상대 장편 '나쁜봄', 이기호 장편 '차남들의 세계사', 김태용 장편 '벌거숭이들', 황정은 장편 '계속해보겠읍니다'에 이어 7편으로 늘어났다.

전성태의 '두번의 자화상'은 201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낚시하는 소녀'를 비롯해 단편 12편을 묶은 창작집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소풍을 떠난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남북 분단이 낳은 애절한 사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리얼리즘 소설의 미학을 펼쳐보인다. 작가의 시선은 불우한 이웃을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게 바라보는가 하면, 현실의 우스꽝스러움을 구수한 입담과 해학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심사위원들은 "폭넓은 이야기 소재를 어디서 구하는지 신기하다"고 감탄했다.

"전성태 소설은 주제가 전통적이고, 기법도 낡은 듯하지만, 문장 사이사이에 툭툭 밀어넣는 심상(心象)에서 감동적인 부분이 많이 읽혔다. 사회적 영역을 다룰 때 해학이 지나치지 않으면서 세련된 문장력을 보여준다." "전성태 소설은 예전에 민중문학이라 불리던 유파에 근접하지만, 민중문학의 전망을 상실한 오늘날 그의 소설은 '소수자의 문학'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전성태는 그런 소수자의 일상에 파묻혀 그 속에서 생기 있는 삶을 뽑아낸다." "전성태 소설은 상당히 순정한 이야기다. 남루하고 비루한 것에 대해 세밀하고 섬세하게 지치지도 않고 썼다. 소박하지만 문학적 품성이 느껴진다." "전성태는 지금껏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온 작가다. 한국 단편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외국인에게 요즘 한국인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번역할 작품을 고르라면 전성태의 소설을 선택하겠다."

김성중 소설집 '국경시장'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성태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발랄하고 신선하게 소설을 쓴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8년 등단한 김성중의 소설은 주로 외국이나 초현실적 공간을 무대로 삼아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개인들의 관념과 몽상, 욕망을 전면에 내세운다. 심사위원들은 "김성중 소설의 뿌리는 우리 문학 전통이 아니라 외국 문학에 닿아있는 듯하다. 판타지 같지만 새로운 서사를 짜려는 상상력이 대단하고, 실감나게 읽히는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의 실용을 위한 게 아니라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가구를 짜는 장인 같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의 접점에 아쉬움이 있다." "'아, 이제 드디어 한국 작가도 세계인으로 생각하고, 국적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경계인으로 사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 세대 작가들이 민족에서 개인으로 흘러갔다면, 김성중 소설은 개인에서 벗어나 어떤 사회적 경계에도 머무르지 않는다."